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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담는 독립영화, 다양성 지키는 독립영화관
시대정신 담는 독립영화, 다양성 지키는 독립영화관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7.06.30
  • 호수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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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29일 개봉했다. 그런데 개봉관이 낯설다. 서울에서는 씨네마테크, 씨네큐브광화문, 아트나인 등이고, 부산영화의전당, 대전아트시네마, 조이앤시네마전주, 영주예당,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등에 걸린다.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일색인 극장계에 이렇게 많은 영화관이 있었나 싶다. 이봄씨어터, 뚜루시네마, 아리아리시네마, 레인보우영화관, 천재의공간영화산책 등 생소하고도 궁금한 이름의 영화관, '옥자'를 통해 재조명 되고 있는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이다.

▲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사드 반대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파란나비효과'.

멀티플렉스 vs 독립영화관 갈등 구도

교리적으로도 공부꺼리가 많은 '옥자'를 더 들여다보자. 강원도의 거대 돼지와 다국적 육류회사의 대립이라는 소재나 세계적 배우들도 화제였지만, '옥자'는 애초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제작해 단숨에 영화계의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멀티플렉스 극장과 함께 제작 및 투자배급까지 독식하는 구조다. 때문에 대기업을 비판하는 영화는 투자를 받지 못하고, 정부에 반기를 드는 영화는 기업 선에서 자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가 바로 이 규제하고 감시하는 도구였다.

그런데 '옥자'를 제작한 '넷플릭스'는 한달에 적게는 8천원으로 각종 영상을 TV나 스마트폰 등으로 무제한 보는 서비스다. 보통 상업영화는 극장에 걸리고 나서 TV 등 다른 채널로 확장되는데, '옥자'는 극장과 온라인 동시개봉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옥자' 상영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자 전국에서 소신있게 독립영화,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등을 상영하던 극장들이 화답했다. 물론 600억 제작비의 '옥자'가 극장 특성에는 맞지 않을지라도, '관객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독립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블랙리스트'로 외면받았던 독립·예술영화계에 단비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멀티플렉스의 독식에 따른 예술과 표현의 규제라는 오래된 문제다. 예술과 문화는 다양한 목소리와 콘텐츠로 숨통을 틔워야 건강하게 성장한다. 소수의 취향들이 존중받을 때, 더 성숙하고 수준 높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재조명되는 영화계의 소수의견, '독립영화관'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다.

▲ 종로 서울극장 내 위치한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교단 단체에서도 참여한 '판도라', '파란나비효과' 상영회와 트크콘서트가 열린 곳이다.
대관·공동상영의 대안공간, 독립영화관

자동차극장을 포함한 전국 독립영화관은 100여 개 정도로, 최초는 2007년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다. 처음부터 명동 중앙시네마 한 관을 임대했고, 현재의 서울극장으로는 2015년에 이전했다. 3년 동안은 정치 권력에 순응하지 않아 문을 닫기도 했던 굴곡 많은 영화관이다.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뜻있는 영화인, 시민들의 투자 및 후원으로 독립영화관들이 생겨나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원불교환경연대와 불교환경연대, 성대골마을이 함께 원전재난영화 '판도라'를 공동관람하고 토크콘서트를 연 곳도 인디스페이스다. 26일 성주성지수호현장을 담은 '파란나비효과'를 함께 보고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등과 대화를 나눈 녹색당 공동상영회도 여기서 열렸다. 독립영화관은 사회 현상, 불의를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을 함께 보며, 더 나은 대안적 세상을 함께 꿈꾸는 공간이다.

아름다움과 인간미를 담아낸 영화들도 독립영화관이 있어 가능했다. 역대 최고의 독립영화 흥행작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일반적인 멀티플렉스에서는 외면하는 소재인 노년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 밖에도 '워낭소리', '원스', '귀향' 등 왠만한 상업영화를 뛰어넘는 관객을 모았다.
▲ 북촌씨네마 첫 상영작은 독립영화 '자백'이었다.
치킨 먹으며 영화보는 지역 대안공간

척박한 독립예술영화계의 작지만 든든한 옥토인 독립영화관은 우리 교단에도 있다. 은덕문화원의 싸롱마고의 '북촌씨네마(www.bukchoncinema.com)'는 토요일마다 엄선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끝난 뒤에는 다양한 감상을 나눈다.

지난해 10월 '자백' 상영회로 오픈한 이 극장은 마을언론 '북촌신문' 최경천 기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문인들의 토론의 장이던 싸롱마고에 좀 더 지역과 문화의 색을 입히고자 고민하던 은덕문화원은 '영화보고 토론하는 대안극장'을 위해 전진했다. 뚝심있는 독립영화사 '시네마달'과 계약, 매주 토요일 7시 100인치 스크린과 수준높은 음향시설의 극장으로 변신한다.

입장료 1만원에 영화 한편과 음료 한잔까지 주는 북촌씨네마는 그동안 '나쁜나라', '소시민', '경계' 등 우리 사회 빛과 소금이 되는 영화들을 상영했다. 특히 올해 초 4번에 거쳐 올린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전국에서 올라온 관객들로 매번 의자가 꽉 찼다. 김충녕 감독의 '다시…올래''와 같이, 제작팀에서 먼저 상영을 제안해온 경우도 있었다.

북촌씨네마에게는 잊지 못할 상영회도 있다. 연이은 촛불집회로 예약이 없어 스탭들과 치킨을 시켜 오붓하게 보려던 차, 극장에 한 커플이 들어왔다. 상황을 설명하니 흔쾌히 유료관객이 됐는데, "상영 중 치킨이 배달됐고, 두분과 함께 닭다리도 뜯고 하나 뿐인 콜라도 양보하며 영화를 봤다"는 것이다. 은덕문화원 조덕훈 교무는 "이런 분위기가 '북촌씨네마'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사회교류이자 지역복지의 현장이다"고 덧붙였다.

상영 인프라 갖출 수 있는 지원책 다양

독립영화관은 입장료를 배급사와 나누는 계약을 체결할 뿐 따로 비용이 없다. 종교나 복지 관련 공간들이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스크린에 목마른 배급사와 영화계에는 상영의 기회가 되고, 교당이나 기관에서는 지역교화나 교당 문화 프로그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계약만 해두면, 무료로 상영할 수 있는 좋은 영화들도 얼마든지 있다.

조덕훈 교무는 "북촌씨네마도 거치식 스크린과 PC스피커로 시작해, 점차 하나씩 바꿔왔다. 처음부터 갖추지 않아도 된다"며 "요즘엔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대안극장'을 테마로 시설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많이 진행한다. 이런 기회에 상영 인프라를 갖춰 놓는다면, 점차 늘어날 교단 영상콘텐츠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직 영상기기가 없는 2,3급지 교당에서 특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귀뜸이다.

최근 독립영화계에는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21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재꽃'을 보고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춤한 독립영화관 건립과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첫 주에 있었던 의미있는 행보다.

독립적으로 만들고 향유하는 예술에 가혹했던 시절은 지났다. 작은 목소리와 취향도 존중받는 다양성 한 가운데는 인디스페이스, 북촌씨네마와 같은 독립영화관이 있다. 독립영화는 세상을 담는 또 하나의 창구요, 독립영화관은 이를 나누는 광장이다. 원기99년 김현국 교무의 영화 '사마디'는 원불교 예비 성직자의 1년의 수행을 미려한 영상으로 그려냈다.

그해 전북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사마디'가 세상과 만난 곳은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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