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았고, 조선은 유교로 정치 체제를 완성했다. 대한민국 초대정부에서는 미국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 기독교를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루키우스 세네카가 '종교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진리지만, 통치자들에게는 쓸모있는 것이다'고 한 것처럼, 종교의 또다른 모습은 정치였다.

그래서인지 종교의 위태로움은 곧 정치의 위태로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조선초 정치가인 정도전은 고려왕조가 지나치게 불교를 숭상한 결과 세금과 병역 의무에서 면책 특권을 누렸던 사찰과 승려의 증가로 고려가 약해져 감을 느끼며 배불숭유 정책을 펼친다. 또 신채호 선생은 문(文)을 맹신하는 조선 유교의 교육이 군사적 약화를 가져와 일제침략기를 초래했다는 문약망국론을 펼치며 구국을 위한 군사 훈련을 주장했다.

소태산은 "종교와 정치가 비록 분야는 다르나 그 이면에는 서로 떠나지 못할 연관이 있어서 한 가지 세상의 선불선을 좌우하게 되나니라"며 "창생의 행과 불행은 곧 종교와 정치의 활용 여하에 달려있다"고 했다. 또 소태산은 한 몸이면서도 역할이 서로 달랐던 종교와 정치를 '한 수레의 두 바퀴'라 표현하기도 했다.

시대가 밝아질수록 종교와 정치는 상호견제가 더욱 긴밀해졌다. 민주화 과정이나 약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대변할 때에는 어김없이 종교와 그 사회 단체의 역할이 있었다. 종교의 부패가 깊어질수록 정치권에서는 '종교인 과세'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는 정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종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과정 중에는 어느 한쪽 바퀴가 썩도록 방관하지 않는 종교와 정치의 건강한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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