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일요일 법회를 보러 교당에 들어서면 맨 먼저 회보를 받는다. 공손한 마음으로 회보를 받아 늘 앉는 자리에 앉는다. 일원상과 대종사님 존영에 짧게 합장하여 예를 표하고 회보를 펼쳐 읽기 시작한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늘 법회 때에 부를 성가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린다. 교도들은 저마다 단원들끼리 수다를 떨거나 조근조근 말을 주고 받는다. 성가연습이 제대로 안 된다. 성가를 지도하는 교도가 집중해달라고 하자 잠시 연습하는 흉내를 낸다. 하지만 곧 수다가 다시 시작된다.

회보의 제1면은 일종의 표지다. 맨 위의 작은 단 가운데에는 '북일회보'라고 제목이 있고 왼편에는 교당의 교화목표가 있다. 북일교당의 교화목표는 첫째 공부하는 교당, 둘째 훈련하는 교당, 셋째 교화단 중심 교당, 넷째 봉공하는 교당, 다섯째 개방된 교당, 여섯째 청소년 교화 역점이다. 여섯 번째 목표인 청소년 교화 역점에 눈길이 한참 머문다. 우리 원불교 교단 전체가 사활을 걸고 해야 할 목표인데, '창조적인 길을 찾지 못하고 옛 방식을 조금 바꾼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제목이 있는 단 아래에는 '오늘의 법문'이 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던 대종사의 말씀을 읽는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시키는 대로 했던가? 가르침의 본질을 버리고 방편만 찾지 않았는지? 방편만 붙들고 앉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니 부처되기는 다 틀린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가뭇없이 흘러간다.

'오늘의 법문' 아래에는 '법회 안내'가 있다. 일반법회, 청년법회, 학생법회, 어린이법회, 교리공부방, 청운회법회 등과 법회봉공 안내를 읽으며 내가 속한 단이 언제 봉사를 하는지 미리 익혀 두고 스마트폰의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둔다.

회보의 제2면에는 법회의 순서와 지난 법회의 참석현황이 게재되어 있다. 법회의 순서를 가볍게 훑어 내려 오늘의 법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살펴본다. 그리고 지난 법회에 참석한 숫자를 보며, 그 숫자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회보의 제3면은 교당 소식으로 빼곡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7월 북일교당 산악회 산행'이다. 일찌감치 참가신청을 해둔 소풍 같은 행사다. 중식 및 간식이 개인 준비라는데, 교당의 법동지님들과 함께 나눌 간식이라면 좋겠는데… 무엇을 준비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회보의 제4면은 뒷표지인 셈인데 '일원상 법어'가 적혀 있다. 매번 법회 때마다 함께 읽는다. "이 원상의 진리를 각하면 시방 삼계가 다 오가의 소유인 줄을 알며…" 1930년대 한자투의 우리말이다. 옛말투의 문장에 어떤 알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 진리에 조금 다가간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굳이 2017년도의 말로 바꾸지 않아도 좋다.

법회가 시작되기 전, 회보를 읽고 있으면 일상의 평화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법회 때마다 받는 회보지만 내용은 매번 다르다. 편집된 칸의 여백에는 신년 법문과 교무님이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짧은 문장으로 인쇄되어 있다. 이 문장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내 마음에 공들이자'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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