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당에서는 1년에 한번 큰 작업이 있다. 울외 3천여개를 담가서 울외장아찌 판매 사업을 하는 일이다. 3일 꼬박 교도들이 총동원 돼 광주교당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울외를 담근다. 광주교당 울외장아찌는 이 지역에서 맛좋기로 소문나 바자회 때 없어서 못 파는 유명한 상품이다.

학부시절부터 나는 공동 작업에 흥미가 없었다. 수업으로 구성 된 사상선 시간에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지금 몇시에요?" 였던 걸로 기억한다. 대청소, 제초작업, 밭일까지 매주 있었던 작업시간을 마주할 때면 가끔 비가 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대종사 대중 출역이 있을 때에는 매양 현장에 나오시사 친히 모든 역사(役事)를 지도하시며, 항상 말씀하시기를 영육(靈肉)의 육대 강령 가운데 육신의 삼강령을 등한시 않게 하기 위하여 이와 같이 출역을 시키노라. 하시고, 만일 정당한 이유 없이 출역 하지 않는 사람이 있거나 나와서도 일에 게으른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이를 크게 경책하시니라."(〈대종경〉 제12실시품 제43장)

그때 나는 이 법문을 보고 마음을 다시금 다 잡았다. '대종사가 살아계셨더라면 공동 출역에 임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꾸짖었을까'하는 반성과 함께 '작업 시간만큼이라도 일심으로 임하자'는 다짐을 했었다. 올해 울외 작업을 하면서 학생 때가 문득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고되고 힘든 와중에도 교도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쉬자는 말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한 교도는 작업하는 내내 웃으며 "교당에 와서 일할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해요" 라고 직접 산 법문을 들려 주었다.

울외 작업을 하는 평균연령은 65세 이상, 교도들이 점점 연로하여 해마다 더 힘에 부치는 일을 올해도 기어이 해내는 모습을 보며 삼대력을 현실로 나투어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중략) 저 사람들이 원래에 공부를 목적하고 온 것이므로 먼저 굳은 신심이 있고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니, 수 만년 불고하던 간석지를 개척하여 논을 만들기로 하매 이웃 사람들의 조소를 받으며 겸하여 노동의 경험도 없는 사람들로서 충분히 믿기 어려운 이 일을 할 때에 그것으로 참된 신심이 있고 없음을 알게 될 것이요, 또는 이 한 일의 시(始)와 종(終)을 볼 때에 앞으로 모든 사업을 성취할 힘이 있고 없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요, 또는 소비 절약과 근로 작업으로 자작 자급하는 방법을 보아서 복록(福祿)이 어디로부터 오는 근본을 알게 될 것이요, 또는 그 괴로운 일을 할 때에 솔성(率性)하는 법이 골라져서 스스로 괴로움을 이길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후략)"(〈대종경〉 제1서품 제10장)

고된 작업을 하면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거운 이유는 신심과 공부심, 그리고 인과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생업을 미루면서까지 교당에 나와 일 하는 교도의 모습을 보며 대종사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내 맛있게 익어가는 울외 장아찌처럼 모두가 한층 한층 공부가 순숙되어 가는 여름을 맞이하면 좋겠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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