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가 한 번 웃으면서 지날 때는 모든 증악오해(憎惡誤解)가 그대로 풀리고 환희의 마음으로 애(愛)로 변합니다. 그 이가 다시 엄숙하게 내려 볼 때에는 낙망에서 다시 희망의 주먹을 쥐고 모든 횡사심이 정의로 향합니다. 그 이가 노(怒)하야 쳐다볼 때에는 과거의 모든 잘못을 눈물로 참회하고 재생의 용기를 맹서합니다.


숭산 박광전(1915~1986) 종사
소태산대종사의 장남
<회보> 39호(1937년) 11월호 수록



1941년(원기26) 4월 1일 출가한 박광전 종사는 원불교 창립기에 활동한 교육자요 행정가, 철학사상가였다. 일찍이 일본에 유학하여 철학을 공부하고 아버지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출가를 했다. 교정원장, 원광대학교 총장, 수위단원을 역임하면서 일원상 연구를 통해 원불교학의 효시를 이뤘다.

'그 이'는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마음속에 모셔진 절대자였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마지막 구절의 표현은 독특하다. 보통 시에서는 이런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감각 감상 조를 쓴 산문시이기에 마음작용을 감추지 않고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는 환희심을 내게 하는 존재이며, 사랑의 마음으로 변하게 하는 묘한 기운을 지녔다. '그 이'는 낙망에서 희망으로, 사심을 정의심으로 향하게 하는 위력을 지닌 존재다. '그 이'를 마음에 모시며 오늘도 서원을 다시 세우고, 경계를 돌리고, 신심을 온통 바치는 수행인의 자세를 가다듬어 본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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