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엽 교무/득량교당
2만 교화단장 양성이 교화의 핵심정책 맞았나
교화침체는 고객의 요구를 읽어내지 못한 정책


원불교학과에 입학해 출가한 지도 30년이 다 됐다. 그동안 세상과 교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교단에서 가장 꾸준하게 그리고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한 것은 교화단에 관련한 부분이다. 정책연구소와 교화연구소에서도 관련된 연구발표를 여러 번 개최할 만큼 미래를 위한 준비는 '교화단'에 집중됐다.

원불교 2세기, 교단정책으로서의 '교화단'에 대해 재고해 보았다. 하나, 교화단은 교법의 본질인가. 많은 연구자들은 교화단은 교단 초기부터 이어온 핵심적인 교화의 방법이며, 교단의 미래가 여기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교법이지만 본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부촉품 16장에서 '일원을 종지로 한 교리의 대강령인 삼학 팔조와 사은 이외의 세목이나 제도는 그 시대와 그 국가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성불제중과 낙원세계 건설을 위해 효율적인 것이라면 개발하고 확장시켜야지만 비효율적인 것이라면 변경할 수 있는 방법론의 하나여야 한다.

둘, 그렇다면 교화단은 효율적인 방법인가. 30년 전과는 달리 친목모임에 가까웠던 '츨가교화단'은 공적인 행정조직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고, 10년이 넘게 '2만 교화단장 양성'이 교화의 핵심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인 '2만 교화단장'을 대신한 새로운 교화정책을 준비할 때도 되었다고 본다. 또한 '교정원-교구-교당'으로 이어지는 통치조직을 '출가교화단' 조직으로 대치하거나 양립시키려는 노력도 포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 공식적인 통치라인 두개를 병립시키는가? 특히 '교화단'이 소통에 특별한 강점을 지닌 조직이라는 주장은 이해 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귓속말 놀이에서 몇 단계를 거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정보는 단계를 거치면 반드시 손실이 된다. 구조적으로 교화단은 수평적으로 옆의 교화단의 소식도 위로 올라가 다시 내려오는 단계를 거치게 되어있다. 당연히 정보에 손실이 발생하고, 혹은 상위조직에서 의도적인 조작이 있더라도 아래에서는 검증할 수 없다.

그동안 의견제안 등 상하 간의 소통을 '출가교화단'을 통해 하려했던 시도들이 어쩌면 교무들의 의견을 단지 9명에 가뒀을 지도 모르겠다. 가르침 혹은 깨달음의 전달방식으로써 교화단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을 하고 제자들을 구할 때와 지금은 교화의 환경이 완전히 달려졌다. 매스미디어의 시대를 넘어 개인방송의 영향력이 공중파 방송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을 만큼 플랫폼이 발달됐다. 콘텐츠만 충실하다면 홍보와 전달을 위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100년 전에 동학이나 보천교가 행하던 점조직 방식을 지금까지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 재가교도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가.

원기94년(2009) 출가교역자를 대상으로'교단혁신을 위한 우선과제'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 그 중 상위 세 가지는 1위 합리적 평가 및 인사제도, 2위 젊은 교무 교화기회 부여, 3위 마음공부 개발 보급이었다.

그리고 교화단 활성화는 11위였다. 원기97년에 비슷한 설문을 교도회장단에게 했다. 그 결과 1위 청소년 교화프로그램 확충, 2위 마음공부 표준화 및 개발보급, 3위 설교기법 및 내용개발이었으며 교화단 활성화는 5위였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재가교도들이 원불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과 설교와 마음공부와 같은 콘텐츠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재가교도들이 강력하게 개선을 원하는 '설교'와 출가교도가 미래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교화단'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교화침체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마케팅에 관한 책에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거대기업이 고객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여 몰락한 무수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교화단을 예로 들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재가교도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교화침체를 극복하는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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