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생활, 토착종교 이미지 약점 있어
불성과 단결된 서원 세워야 할 때

▲ 김태현 작가/가치창조기업 파우스트 대표
올해는 원불교 2세기 첫 돌이다. 1세기 원불교는 수많은 선진교도들의 희생 봉공을 통해 새 시대 대표 종교로서 굳건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2세기 원불교는 그 경륜과 비전을 본격 발아시켜 줄기를 뻗고 가지를 쳐야 할 시대적 소명에 직면해 있는 바, 이 같은 시대적 소명을 받들어 원불교 2세기 도약을 위한 충언을 올리고자 한다.

마케팅 용어 중에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말이 있다. 한마디로 위치 정립이다. 포지셔닝은 스왓(SWOT) 분석을 통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 스왓은 강점(S), 약점(W), 기회(O), 위협(T) 요인들을 이르는 말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불교는 1세기를 거치며 정신이라는 상부 구조와 인력, 단체 등으로 대표되는 하부 구조가 굳건히 자리를 잡아 영육(靈肉)을 완성했다. 하지만 쌍전(雙全)을 위한 통로 혹은 도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신화적 상징을 빌자면, 하늘(정신, 영)과 땅(물질, 육)을 이어주는 신성한 매개물인 나무가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추상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다. 나무를 커뮤니케이션 용어로 부르면 채널(channel)이다. 현재의 시대정신(zeitgeist)은 불신과 반목을 중재하고, 비인간화와 탐욕을 치료할 영성 혁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신과 물질의 융합을 통한 생활 속 수행과 실천을 강조하는 원불교 정신은 이 같은 시대 요구에 대한 현실적 대답에 다름 아니다. 해서 2세기 원불교의 당면 과제는 대전환의 세계에 지혜로운 해법을 전달해주기 위한 채널들을 개발 발전시키는 것이다.

원불교는 보편적 생활 신앙 및 사상으로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토착 종교라는 이미지를 약점으로 지니고 있다. 또한, 영성 혁명과 개방적 융합 공동체 정립의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종교 철학이라는 기회 요인을 지니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급감하는 종교 인구는 비단 원불교만의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원불교는 영성(靈性) 수행과 생활 속 공공성(公共性) 실천을 강조하는 현실 종교로서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영성과 공공성 실천은 사회 전반 이슈에 적극 참여하고, 국내외 종교 융합 운동을 문화 복지 차원에서 주도해서 넓은 의미의 정치를 위한 치교(治敎)의 도를 담대하게 펼쳐나갈 때 결실을 볼 수 있다. 이를 위한 킬러콘텐츠로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이 은(恩)사상이다.

원불교 은사상은 상극의 시대를 상생의 시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보편적이고 독창적인 생활 원리이다. 생활 속 은혜 실천을 통해 사은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자발적(spontaneous)으로 함양할 수 있는 은사상을 적극 브랜드화해야 한다. 둘째, 원불교의 시대 경륜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역대 종법사들의 정신과 사상이다. 해서 열반 종법사에서 현직 종법사에 이르기까지, 이들 성현의 지혜와 경험을 체계화시키고 전파할, 가칭 '경륜당(經綸堂)' 의 설립이 필요하다.

경륜당은 특히 정치인, 기업가,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지도 대담해서, 이들이 올바른 경륜을 가지고 민중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부에도 단계가 있고, 영토 확장이나 시장 개척에도 절차가 있듯 포교에도 순서가 있다. 원불교는 한반도를 태생적 토양으로 한반도 미래를 예견한 종교인 만큼, 일원상 신앙을 바탕으로 하나의 한국, 하나의 한민족을 일원 가족으로 묶기 위한 포교를 전개해야 한다. 이는 다가오는 통일 시대 이후, 남북한 국민을 비롯 조선족, 고려인 동포들까지 원불교의 은사상과 일원상 신앙으로 끌어안고, 통일 한국의 치교(治敎)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음부작업이기도 하다. 이미 교단 초창기 만주와 연해주 지역에서 적극적 포교를 행했던 바, 다시 한 번 북한을 비롯 중국 동북과 러시아 극동 지역 포교에 앞서 경주해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재 전 인류 차원에서 일고 있는 시대적 용틀임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세계 종교로서의 원불교 2세기에 공공(公共)적 소명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자신감 넘치는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각각의 불성(佛性)에 새기고, 단결된 서원을 세워야 할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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