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진 교도/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생산성 높아지고 직업 바뀌지만, 근본문제는 그대로 남아
미래 갈수록 마음공부하는 사람이 더 귀해질 것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전화기 화면을 보고 있다. 손바닥만 한 화면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뉴스를 읽기도 하고 친구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몇 사람은 전화도 한다. 올해는 사람이 전화기를 발명하여 처음으로 목소리를 전달한 지 141년, 휴대용 전화기로 처음 얘기를 한 지 44년이 되는 해인데 우리가 지금 전화기라고 부르는 물건은 사실 전화 기능도 있는 작은 컴퓨터라고 해야 할 정도로 변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여 년 동안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일어난 변화는 대종사가 예언한대로 세상이 뒤바뀌는 개벽이라 할 만한 것이었고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지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그 방향은 대체로 짐작할 수 있다.

첫째, 근로자의 생산성이 더욱 향상되어 한 사람이 지금과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하더라도 생산하는 양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기계의 성능 향상, 로봇과 인공지능의 이용 등은 노동의 효율성을 높여서 근로자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물건을 만들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생산성의 향상은 가격을 낮추고 물질의 풍요를 불러와서 물질적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한국에 처음 휴대전화가 개통되었던 1984년에는 그 가격이 당시 자동차 두 대 값이었는데 불과 30여 년이 지난 지금 휴대전화가 비싸서 쓰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값이 내려갔고, 그 덕에 사람들의 삶은 더 나아졌다.

둘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어떤 직업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주 사라지고 어떤 직업은 새로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서 시외전화를 걸려면 전화교환수를 통해야 했는데 기술의 발달로 그 직업은 이제 사라졌고 인터넷 사용이 크게 늘면서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겨나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생겨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직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대체로 일치한다. 반복적이거나 정해진 규칙(그것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을 따르기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은 결국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므로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반면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적 연결, 정해진 규칙으로 단순화될 수 없는 일을 하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셋째, 과학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고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대신 하는 기계를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우리의 근본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지만 석가모니 부처가 삼 천 년 전에 해결하고자 했던 생로병사의 고통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진행 중이다. 물질개벽이 우리의 삶의 모습을 아무리 바꿀 수 있더라도 우리의 마음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결국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지혜로운 사람,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사람다운 사람이 더 귀한 세상을 만들 듯 싶다. 예를 들어 의료산업에서 거의 무한한 의료지식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정보 처리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인공지능이 가격이 내려가고 상용화된다면 동네 의원의 의사나 큰 대학 병원의 의사나 의학지식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진단을 잘 하거나 아는 것이 많은 의사가 명의가 아니라 환자와 잘 소통하고 그 마음을 알아줘서 환자가 치료를 잘 받도록 하는 사람이 명의가 될 것이다.

대종사가 "모든 학술을 공부하되 쓰는 데에 들어가서는 끊임이 있으나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되나니 그러므로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씀이 갈수록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것 같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 가운데 상당수는 별 필요 없어질 수 있고 갖은 재주라도 별 쓸모없어질 수 있지만 마음공부에서 얻은 깨달음과 마음의 힘의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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