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와 정산 송규 종사에 이어 원불교 종법사를 역임한 대산 김대거 종사는 많은 후진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대산종사는 재세시 '전무출신(專務出身)의 도'를 설하여 교단 역사를 열어갈 수많은 전무출신들로 하여금 삶의 지표를 삼도록 했다.

'전무출신의 도'는 총 12개 조목으로 밝혀져 있다. 제1조는 '시방세계 육도사생의 전 생명이 나의 생명이요, 전체의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알라'이며, 제2조는 '자신과 교단과 전 세계를 위하여 남김없이 심신을 바치라. 만일 무엇에든지 걸림이 있으면 영겁대사가 무너지게 되리라'이다. 전무후무한 대도정법 회상인 새 회상 원불교의 성직자인 전무출신으로서 응당 가져야할 참으로 높고 거룩한 가치관이요, 행동의 지침이다.

마지막 제12조는 '각자의 맡은 바 직장에서 그 일 그 일에 힘과 마음을 다하면 곧 천지행을 함이 되나니라'이다. 전무출신은 성불제중의 서원은 하나이지만, 이를 실행해가는 처지와 일터는 각자 다르다. 전무출신이 봉직하는 일터는 실로 다양하다. 교화, 교육, 복지, 문화, 산업, 행정 등 여러 업종으로 나눠진다. 같은 교화직이라도 장소와 규모에 따라 환경과 처지가 천차만별이다. 서울특별시와 같은 대도시에 많은 교도가 모여드는 특급지 교당이 있는가 하면, 시골 벽지에 교도 몇 명이 귀한 간고한 6급지 교당도 있다. 외형상 모습으로 볼 때는 대도시 큰 교당 교무가 부럽고 잘나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무출신 본질의 차원에서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6급지 시골 교당을 지키는 교무일지라도 그 내면의 정신세계가 고결하고 신심 깊고 공심이 크고 수행력이 있다면, 오히려 그가 전무출신으로서 더 귀하며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원불교의 인사정책은 순환제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통상 6년 임기가 다하면, 그 처지와 환경을 바꾸어 도시에서 농촌으로, 어촌에서 대도시로 회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자리가 꽃자리'란 말이 있다. 전무출신 정신과 일치하는 가치관이다. 원불교신문사 기자들은 교단 언론의 역할과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정론직필을 추로 삼고 있다. 정당한 비판이 살아있는 언론이라야 교단을 대도정법으로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불교출판사도 양질의 원불교 서적을 발간하기 위해 노심초사함을 본다. 언론출판의 수준이야말로 원불교의 문화 척도를 잘 드러내는 까닭이다.

더욱이 주위를 감동시키는 것은 정년 퇴임한 원로교무들의 쉬임없는 활동이다. 성주성지 사드 철회를 위한 기도와 운동에 적극 동참함은 물론, 일본 치바법인의 슬픈 현실에 외면하지 않는 모습은 바로 교단의 주인정신이라 하겠다. 가산 조대성(호적명 수현) 교무는 퇴임후 자신의 필생사업인 <한국서예문화사>를 발간했고, 면산 김성진(호적명 춘회) 교무는 익산시 실버건강문화의 창조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원불교 전무출신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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