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들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나무를 더 사랑하고 싶은 분들은 이번 달 나오는 나무들을 잘 관찰하셔야 하겠습니다. 언젠가 언급했듯이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들은 자생하는 나무라고 하고, 사람들이 필요해서 심은 나무들은 식재한 나무라고 합니다. 나무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자생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생하는 나무들을 바로 '토종 우리 나무'로 취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외국에서 건너온 식물이라도 우리 토양에 잘 적응하면서 쉽게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이 많은데 그것들도 토종이라 부를 수 있을지 망설여지기도 하니까요.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들 중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나무 두 가지는 침엽수로써 소나무, 활엽수로써 참나무 6형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잘 알아도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절반 이상을 아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나무와 더불어 잣나무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침엽수 중에서 등산하는 길에서 자주 만나는 측백 혹은 향나무를 닮은 2~5m 크기의 작은 녀석들이 있는데 노간주나무라고 불립니다.

참나무 6형제는 그 열매나 잎 모양의 유사성 정도에 따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을 잎 모양만 보고, 열매 모양만 보고 그리고 나무 등걸 모양만 보고 구분하실 수 있다면 상당한 고수인 셈입니다. 이들 참나무의 4촌 정도 나무가 밤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산은 이들이 거의 지배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사이에서 자생하고 있는 교목들로서 서어나무, 물오리나무, 물푸레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산뽕나무 등이 자주 발견됩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는 이들보다 조금 키가 작은 나무들입니다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지요. 아래를 향해 하얀 꽃을 총총 달고 있다가 가을에는 초롱등 같은 열매를 줄줄이 달고 있는 때죽나무, 쪽동백나무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긴 가지가 층층으로 달려 있는 층층나무도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띄는 나무입니다.

지난달 11일 새벽안개에 덮인 영산성지 삼밭재를 둘러싸고 있는 굴참나무 군락.

키가 작은 관목들은 교목들이 차지하고 있는 산속에서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터를 잡아야 합니다. 관목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나무들인 진달래와 철쭉들을 등산로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제법 알려진 관목들로서는 생강나무, 누리장나무, 옻나무, 붉나무, 산초나무, 개암나무, 싸리나무, 조릿대 등이 있습니다. 보통 산기슭 물길을 따라 나 있는 등산로 초입에 많이 발견되는 국수나무와 산딸기도 구분할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교목, 관목들을 타고 오르는 덩굴나무들 중에서 칡, 청미래덩굴, 으름, 머루 등도 식별하시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나무들만 아셔도 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90% 가까이를 아시는 셈입니다. 여기에 꽃과 열매가 특이한 예쁜 나무들인 회나무, 노린재나무 등을 아시면 거의 마스터하신 셈입니다.

우리나라 산림을 녹화하는 목적으로 식재한 나무들 중에서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남은 나무들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들로서는 아카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이깔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산에 자생하는 나무들 중에서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에는 밀려 버려서 높은 산위의 추운 곳에서만 겨우 힘을 쓰고 있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한라산 꼭대기의 구상나무 (토종 전나무입니다.), 소백산 꼭대기의 주목, 그리고 인제 자작나무 등의 군락은 직접 보시면 장엄한 분위기까지 느끼게 합니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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