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가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레드라인 넘지 않았다" 해석, 대화 가능성 있어
ICBM급 '화성-14형', 사드로 막을 수 없어


'ICBM' 네 글자가 국제 정세를 뒤흔든다.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긴장했다. 지난 4일 북한이 쏘아올린 '화성-14형' 미사일이 ICBM급으로 확인되면서 긴장 강도가 높아졌다.

ICBM은 '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풀이된다. 대륙을 넘어다니며 목표물을 공격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거리 5500㎞ 이상이면 대륙간 탄도가 가능한 미사일로 분류된다. 개발 역사가 길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소수 국가만 보유했을 만큼 기술 장벽이 높다. 대규모 살상 무기여서 ICBM 보유를 국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ICBM이 위협적인 것은 사거리뿐만이 아니다. 대륙을 넘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은 대규모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미사일을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ICBM은 레드라인

미국은 ICBM을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으로 강력히 규정해 왔다. 미국이 ICBM에 대해 예민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본토가 공격당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도발한 화성-14형 ICBM의 사정거리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이미 ICBM의 최소 사거리 기준인 5500km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화성-14형 최대 사거리를 아직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8000km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인 셈이다.

사거리가 8000km이면 미국 하와이는 물론 시애틀 근처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북한에서 1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다양한 정보기관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보고 받는 이유이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다. 거의 매달 2회 가깝게 도발한 셈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NSC 회의를 통해 북한의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규탄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고리를 찾지 못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사드는 ICBM에 무용지물

ICBM 기본 원리는 다단 로켓과 거의 같다. 실제 인공위성을 실어나른 우주 발사체 대다수가 과거 ICBM을 개량해 개발됐다. 다단 점화, 단 분리 기술, 대기권 재진입이 ICBM 핵심 기술이다. ICBM은 상승, 비행, 종말 세 단계로 날아간다. 종말 단계에서 미사일은 추진력 없이 중력과 관성으로 목표물을 향해 낙하한다. 정밀한 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목표를 맞출 수 없다.

게다가 낙하 속도는 음속의 20~30배. 이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탄두가 견뎌내는 게 관건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진입하면서 폭발할 수 있다. 북한이 다단 추진,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 치더라도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에는 논란이 많다.

미국은 자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에 대비해 4단계 요격체계를 정교화하고 있다. ICBM은 상승·비행 단계에서는 요격 가능성이 크지만 종말 단계에서는 요격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미국의 레이더가 일제히 추적을 시작한다. ICBM은 상승 단계에서는 추진체가 뿜어내는 빛과 열로 인해 추적이 쉽다. 이때 태평양상에서 이지스 구축함이나 순양함이 SM-3 함대공 미사일로 ICBM 요격을 시도한다. 1차 요격이 실패하면 미사일이 목표 지역까지 관성으로 비행하는 단계에서 2차 요격을 시도한다. 이때는 미국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지상 기반 요격미사일(GBI)'이 나선다. 전 세계 레이더망을 통해 ICBM을 포착하고,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까지 격추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 단계인 종말 단계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시작되는데, 이때 탄두의 속도는 음속의 24배(마하 24)에 달해 비행시간이 매우 짧다. 종말 단계 요격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맡는데, 당초 사드가 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된 방어체계인 탓에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탄두를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드가 아닌 GBI가 미국의 ICBM 방어망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사드가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는 핵심 무기임을 강조하며 조기 배치를 밀어붙였던 박근혜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진다.
▲ 북한은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YTN 뉴스 화면
한반도 평화,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어

한편 한·미·일 정상은 7일 독일에서 발표한 3국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화성-14형을 발사한 일을 규탄하며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화성-14형이 사정거리는 ICBM급(5,500㎞ 이상)이지만 다른 조건들은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담으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ICBM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공동성명의 어색한 표현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ICBM 실전 배치는 곧 미국이 정해놓은 레드라인(한계선) 침범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북한과의 대화 여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야

북한은 이미 2006년, 2009년, 2017년 세 번이나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도발을 감행해왔다. 과격한 도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북한에겐 중국이라는 든든한 혈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배후를 자처하며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상 미국이 북한 및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참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미국에 당당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전 세계 글로벌 자본이 중국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베이징에 지역본사를 설립한 글로벌 기업 수는 무려 161개에 이르고,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이 투자한 지역 본사는 67개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 500대 기업 본사 숫자에서 베이징은 뉴욕, 런던 등을 제치고 4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향해서 미국이 섣불리 칼날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다.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ICBM 도발은 중국만이 제어할 수 있기에 중국을 우리 편 입장에 설 수 있는 프레임 또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갈 것이라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천명한 이상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향해 북한에 대한 설득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중국이 북핵을 억제하고 압박해야 사드 배치 및 미국과의 갈등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중국 당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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