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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갤러리 17 - 대안공간 루프
작은갤러리 17 - 대안공간 루프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7.07.14
  • 호수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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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만은 않은, 그러나 대안적 미술문화를 향한 길 위에서…
1세대 대안공간, 제도권에서 소외된 실험적 신진 작가 지원
시대 환경의 변화, '대안 이후의 대안' 새로운 역할 고민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문화 네크워크, 생산적 플랫폼 형성



'홍대는 늘 생기발랄하지만 한편으로 저항을 담는 대안 공간(alternative space)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루프가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누군가 대안공간 루프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랬다. 낯선 방문객의 눈에 비쳐진 홍대거리는 '생기발랄'했다. 그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쩌면 생기발랄함 이면에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의 당당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프는 건물 입구부터가 이색적이다. 측면의 모서리 사이로 입구를 냈다. 전시 공간인 지상 1층과 지하 1층은 작품을 지워내면 무의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외벽은 작품의 캔버스 이외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생기발랄한 거리에 채 익숙해지기 전, 도착한 대안공간 루프. 루프는 글 그대로 그런 공간이었다.
▲ 이색적인 건물의 대안공간 루프는 예술적 실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역할과 영향이 주도적이다.
어바웃 루프(ABOUT LOOP)

1999년. 홍대에 자리를 튼, 대안공간 루프는 대한민국 1세대 대안공간이다. 국내 최초의 대안공간으로 언급되는 이곳을 시작으로, 명칭조차 생소한 대안공간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당시 대안공간 루프의 정체성은 명확했다. 즉,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의 운영과 달리 사회 또는 예술분야에 일정한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의 정체성이다.
이정아 큐레이터는 이 지점부터 대안공간 루프를 설명했다. 이 큐레이터는 "기존의 제도권 미술계와 국공립미술관, 또는 산업 갤러리의 제약된 작업이나 전시에서 소외된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신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아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도권에서 주목하지 않는 작업들과 그 주체자인 실험적인 작가들을 인큐베이팅 하는 공간. 제도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공간으로써, 예술적 실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안공간 루프의 역할과 영향은 주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쯤, 이 큐레이터는 '대안 이후의 대안'에 대한 정체성과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 오고 있다고 말을 잇는다. 그는 "대안공간이 주도적으로 해왔던 '젊은 작가'에 대한 지원의 역할이 상업 갤러리나 제도권 미술관들에 포섭되기 시작하면서 대안공간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뀐 시대와 환경에서 1세대 대안공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아울러, 또 다른 예술적 실천들을 하고 있는 신생공간들과의 차이도 경쟁선에 올라와 있다. 그 일환으로 대안공간 루프는 '중견작가의 신작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
▲ 대안공간 루프는 대한민국 1세대 대안공간이다. 홍대에 자리한 루프의 사무실은 1층에 있다.
기억된 과거에 대한 예술적 해석

일정 궤도에서 오히려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견작가들의 과거의 작업에서 현재까지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전시. 대안공간 루프는 지난달 민중미술가 최민화 작가의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진행했다.

최민화 작가는 1987년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사용한 대형 걸개그림 '그대 뜬 눈으로'를 그렸다. 1992년부터 6월 항쟁을 화폭에 재현하는 일에 몰두했고, 이 외에도 네이팜탄의 폭격 속에서 울부짖는 베트남 소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 있는 유대인들 등 격동의 세계사를 기록했다.

'최민화 전-모든 회상은 불륜이다. 망각은 학살만큼 본질적이므로'는 역사적 사건이 갖는 서사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2007년에 열렸던 '민주항쟁 20주년 최민화 전'에서 50개의 이미지를 호출해 재구성했다.

1987년 6월과 2017년 6월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는가. 최민화 전시는 역사적 사실과 기억된 과거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히 지나가 버린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를 재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마주했다.
▲ 루프는 아시아권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문화 발전에도 다각적인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아시아 가치 재발견, 네트워킹

대안공간 루프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특히 아시아권 대안공간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를 자극하고 대안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다양한 교류와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동시대의 글로벌한 미술문화의 흐름을 알리는 일정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문화 발전이라는 문제의식과 소명을 근간으로 다각적인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례 기획인 '무브온아시아', '감각의 확장', '여론의 공론장', '감각의 확장' '미디어아카이브 네트워크 포럼' 등은 대안공간 루프의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는 기획들이다. 일회적인 기획이 아닌 장기적 프로젝트이자, 수평적 관계의 새로운 네트워킹 형식으로 추진돼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는 그 소중한 결실이자, 향후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문화 구축을 위한 생산적인 플랫폼이다.

"흔한 말이 되어버렸는데, 현대미술에서 어떤 지형변화를 일으켰는지 가늠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에도 어느 정도 특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전한 이 큐레이터. 대안공간 루프가 무빙 이미지를 주제로 한 영상, 미디어 아트 관련 아카이빙, 전시, 네트워킹 등 전문화된 실천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변모하는 미술문화 형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미술계에서 '주류'라고 일컫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거나 인정받는 미학적 가치와 예술적 양식 등을 관습적으로 좇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낯설고 소외돼 있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예술적 실천들을 담아내고 확산시키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이를 통해 미술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그 지점에서 대안공간의 분명한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안공간 루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큐레이터가 전한 말이다. 대안공간 루프, 그 가치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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