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는 평화대토론회에서 지난 1년은 교단이 '사드 말고 평화, 원불교는 평화입니다'라는 대사회적 메시지를 정립하고 평화의 종교로 각인시켰지만 비대위가 세운 평화의 아젠다에 비해 교단적 대응은 더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성찰하는 지난 백년, 개혁으로 다음 백년'주제로 대토론
교단적 대결사 필요성 제시, 각계 단체 자성의 목소리도
사드 반대·찬성론자 근본적 하나의 공동체임을 알아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불교비대위)가 평화대토론회를 열어 성주성지에서의 평화운동이 교단 개혁의 동력이 되기를 희망했다. 토론회가 열린 13일은 사드반대 성주촛불이 만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재가출가 교도들은 익산성지 법은관 대회의실에서 '성지수호를 너머 평화운동으로'라는 주제로 '성찰하는 지난 백년 개혁으로 다음 백년'이란 토론회를 지켜보며 교단 개혁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1부 토론회에서는 세 명의 발표자가 나와 평화운동의 방향과 교단 개혁의 과제를 제시했다. 원불교비대위 윤명은 상황실장(사직교당)은 '사드철회와 성주성지수호 활동과 방향'을 주제로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평화운동의 소득과 아쉬움을 나눴다.

윤 상황실장은 "지난 1년은 교단이 '사드 말고 평화' '원불교는 평화입니다'라는 대사회적 메시지를 정립하고 평화의 종교로서의 토대를 마련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세운 평화의 아젠다에 비해 교단적 대응은 더뎠다. 그 아쉬움은 현재까지도 현장의 고민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원불교100년기념관 추진위원장 정상덕 교무는 '여섯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원불교 평화운동'을 주제로 전 세계 평화운동가들의 삶을 고찰했다. 이에 앞서 정 교무는 2달여 간 '평화일기'라는 제목으로 외부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에 왜 소태산의 정신개벽운동이 현 시대의 평화운동으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알려왔다. ▷관련기사 11면

마지막 발표자였던 원광대학교 정역원 원익선 교무는 '원불교 평화운동과 전환기, 교단의 변혁'이란 주제로 교단이 사드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얻은 평화의 종교, 공공의 종교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단적 대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결사의 의미는 초기교단의 결사정신 회복이며,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교단을 형성하는 일이며, 지금껏 대사회에 내놓은 수많은 선언과 공약에 대한 실현의지의 표명이다"고 덧붙였다.

2부 자유토론 시간에는 각 발표자별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강해윤 교무는 "이 자리에는 사드 반대론자와 찬성론자가 함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용정 교무는 "우리는 성주성지수호와 사드반대운동을 통해 40~50년 앞선 지역교화를 이뤘다. 이제는 인재발굴과 관리, '평화'에 대한 담론 형성, 사드철회에 대한 교단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읍교당 오법진 교무는 "지난 1년간 교단이 총력전을 벌였지만, 사실 원불교 평화행동이 대중언론매체에 노출이 적었다. 때문에 국민 여론은 사드반대로 기울여지지 않았고, 현장 활동가들의 피로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이제는 언론, 정부, 정당, 시민단체와 긴밀하게 연대해 보다 조직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마음훈련원 김원성 교무는 "성주성지수호가 전 교단적 과제임에도 재가출가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은 비대위의 수고로움과는 다른 문제다"며 교단적 공의절차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평화대토론회를 열어 '성주수호를 넘어 평화운동으로'라는 주제로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종교
비대위 활동 외연 넓혀가야


허승규 청년 교도(신촌교당·녹색당)는 "수많은 재가 청년들이 원불교 교법을 적용해 대사회활동을 펼치려다가 좌절했다. 종교성이 낮은 청년들에게 오히려 시대 아젠다를 통해 교법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아 있는 청년들을 귀하게 여기는 교단이 돼달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 외에도 각 기관과 단체에서 온 재가출가 교도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교단의 울을 벗어나 대사회활동을 펼치지 않으면 교화정체는 앞으로도 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4시간에 걸친 토론회는 원불교비대위 김선명 집행위원장의 '사드 철회와 원불교 평화운동 제안'으로 마무리됐다. 김 교무는 "이제 세상은 성지수호 때문에 원불교가 사드철회를 주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그 수준을 넘어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며 "교단은 이제 평화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깊이 있는 연구와 외연확장을 선도할 조직(소태산평화연구조합, 종교평화학과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원불교비대위는 긴박했던 1년의 평화행동을 매듭짓고,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성주 소성리와 진밭 평화교당에서의 기도, 법회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교단의 하나된 동력을 갖추지 못한 채 원불교비대위가 외연을 얼마나 확장해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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