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법종 교무
공부심 가지고 수행과 보은의 길 돕는게 도반
같은 길 걸어간 동지, 서로 공경과 예의로써 대해야



필자가 중학교 때 저의 집 가게 방에 배불뚝이 한산과 습득이 마주보며 웃는 그림과 함께 영겁도반 만고신의의 글이 있는 두 쪽 병풍이 있었다. 생각하면 의미가 있는 글과 그림이었다.

각산 김남천과 동산 문정규는 일찍이 증산교 친구로서 대종사 문하에 귀의하여 석두암에서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가르침에 전념하며 낙도했다. 두 도반이 공부가 숙되는 것을 보고 대종사가 '소를 타고 있는 사람' '달마를 걸릴 수 있느냐?'는 공부 문답이 가능했던 것이다.

김남천은 열반 시까지 공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열반 전에 대종사를 찾아가 견성여부를 확인 받으려 했다. 대종사는 "김남천의 정성을 보니 내생에는 쉽게 견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산종사는 "동지를 보면 공부심도 일어나고 사업심도 생기며 의혹이나 원망심도 풀어지고 걱정근심이 사라지게 하는 사람이 있나니, 마음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며, 또한 "공부하는 동지라야 영원한 동지가 된다"했다.

마령에 살았던 성타원 전삼삼은 대종사를 매번 뵈오면 절을 세 번 올리고 물러날 때 세 번을 올렸다. 중길리 삼타원 최도화와 좌포의 현타원 노덕송옥은 인근 동리의 도반으로 회상의 발전에 정성을 다했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듯이 한마음으로 대종사의 법설을 듣고 나면 흥이 나서 세 도반은 무수히 절을 올리고 김남천과 문정규, 박사시화는 백발을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교우회 표어를 '선은 서로 권장하고 악은 서로 경계하며 정진은 서로 권장하고 해태는 서로 경계하라'의 정산종사의 말씀과 함께 바르고 어질고 앎을 서로 나누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 문산 김정용과 범산 이공전은 일찍이 같은 시기에 출가하여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다. 이공전이 열병으로 심하게 앓자 김정용이 곁에서 간병을 극진히 하였다. 이후에 김정용이 앓아 눕게 되자 대종사가 찾아와 이공전이 곁에 없음을 보고 이공전을 불러서 호되게 꾸짖었다 한다. 두 사람은 더욱 돈독해져 김정용의 '마한백제 연구소'의 후원은 물론 서로 하는 일에 함께 하는 인연으로 살았다.

좋은 때보다 어렵고 힘든 때 함께하는 도반이 진정한 도반이라 할 수가 있다. 도반의 하는 일이 바른 길로써 성취되도록 합심하고 장애와 업력이 해소되어지도록 축원하는 동지라야 한다.

용타원 서대인은 사촌 오빠인 원산 서대원의 영향으로 출가했다. 교단의 어려운 시기에 돈이 부족하여 학자금 마련하기 위하여 자취하면서 공장에 다니는 동지들을 따라 열악한 생활을 자처했다. 대종사는 "너의 아버님이 너 고생하는 것을 보면 당장 데려갈 것이다" 하여 서울교당에 공양원으로 들어가 살다가 학원에 들어가 공부할 시기가 되었다. 후임으로 조일관이 오게 되자 서대인 자신의 학자금으로 조일관 교무를 공부케 하고 자신은 교당에 더 근무하겠다고 했다.

동지와 고락을 함께하면서 의리와 믿음으로 동지의 정의를 실현하는 선진님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도반은 같은 길을 걸어간 동지로서 서로 공경과 예의로써 대하여야 한다. 겸양과 온화한 마음, 의견의 소통,배려와 이해, 계율과 일과의 준수, 성실과 나눔 등의 덕목을 실천하며 내가 먼저 수행과 보은자로서 솔선하여 도반으로서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는 자와 친구를 넘어서 공부심을 가지고 수행과 보은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게 도반이다. 공부인에게 도반은 나의 수행정진을 이끄는 길잡이요, 나를 잘못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 참된 벗이다. 공부심이 향상되고 익어지면서 동지의 소중함과 그 가치가 절실하게 되고 선지식과 같은 도반과 함께 하는 것이 큰 경사가 아닐 수가 없다.

도심(道心)으로 무장하면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도 가능하며 인정과 의리며 바라는 모든 감응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도심을 성취하며 함께 걷는 도반이 영생을 통해 기쁠 수밖에 없다.

참된 길은 좋고 낮으며 거칠고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수행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회상과 중생을 이익 주는 노력으로 향상되고 격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사람이 더욱 훌륭하고 바른 도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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