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조 교도/ 서울정토교당

감사하게도 상담 중에 내담자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게 되고 그들의 변화에 기쁘고 행복한 한 주를 보내게 된다. 상담 전 잠시 눈을 감고 치료사로서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비운다. 내 마음이 온통 내담자의 마음에 합일하기 위한 작업이자 나를 내담자의 내면으로 초대해 주는 귀한 시간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아동에게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거슬리는 행동들은 그 아동의 성장에서 관심 받지 못하고 상처로 자리한 "나 좀 도와주세요"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엄마 태중에 있던 시기부터, 영아기의 무관심, 방치, 방임,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잦은 말다툼, 이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 트라우마는 성장하는 아동들의 내면에 상처로 남게 되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A양. 학교선생님들로부터 의뢰를 받은 A양은 친구들을 괴롭히고 심리변화가 심하다. 다른 친구를 칭찬하면 얼굴색이 변하면서 아주 우울해져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힘들고 도벽까지 있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전혀 몰랐고, 상담 의뢰가 돼 강하게 불만을 보인 후에야 자신의 딸에 대해 알게 됐다.

A양이 6살 즈음 부부가 이혼을 하고 조모가 자매들을 키웠다. A양은 예쁘게 생겼음에도 자신이 아주 못생겼다고 말하고 있었다. 상담 초기 A양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매 회기 이어지면서 재미있게 상담을 끌어갔고 중반을 넘기면서 담임선생님은 "아동이 많이 좋아져서 수업시간에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도벽도 조용했다. 그 후 종결까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담을 받았고 모래놀이가 재미있다고 자랑해 주변 친구들도 상담을 하고 있다.

"이런 걸 누가 해요?" 라고 말하는 초등5학년 B군. 곧 터질 듯한 얼굴표정과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봉변당할 듯한 언사의 주인공이다. 매사가 시비조이고, 벽을 쌓고 있어 사소한 질문에도 "제가 왜 선생님에게 이런 걸 말해야 돼요? 그게 왜 궁금해요?" 라며 거부했다.

아동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외에는 용납도 안 되고 이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양한 소품들을 보면서 저런 걸 누가 하느냐며 이해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B군이 그 소품을 갖다 썼다. 그렇게 알게 된 B군의 이야기는, 부모이혼으로 양육을 맡은 엄마가 외가에 그를 맡기고 돌아다녔고, 다시 친가로 옮겨와 살게 되면서 양육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운 엄마는 자기 일로 바빠 자주 만나주지도 않았고 그러는 사이 내담자 상처는 더 깊어지고 있었다. "할머니 우리 귀찮죠?"라며 가끔씩 할머니에게 묻는다는 B군.

부부가 의견이 맞지 않거나 가정이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 이혼을 택하게 되겠지만, 부모의 헤어짐만으로도 슬픈데다 위태로운 가정 분위기로 짓눌려진 자녀들은 불안, 초조, 무기력 우울로 상처를 받는다.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누가 나랑 살아 줄건지? 공포스럽고 불안한 나날들에 힘들고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이, 역전이를 바라보며 아동과 거듭되는 회기를 함께 한다. 모래상자놀이치료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모래상자 안에서 '피겨'를 가지고 내담자와 치료사가 소통한다. 상자 안에 내담자가 꾸며가는 작품으로 그 내담자의 회복정도를 가늠한다. 차츰 온순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말씨와 얼굴표정이 내면의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제 가끔 치료사를 놀리며 웃어주는 그가 미덥다.

초등2학년 C양의 얼굴 표정이 무겁다. "무슨 일 있니?" 묻는 치료사에게 입을 열려다 말고 "아니예요. 비밀이에요~"라며 말문을 닫는다.
'그래 비밀은 보장된단다. 언제든 니가 말하고 싶을 때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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