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자고 구름 걷혀 이 밤 또한 고요하니
청정하온 허공에서 단 이슬이 나리도다
온종일 뙤약볕에 시들시들 시든 풀잎
생명수를 얻으온 듯 생기가 펄펄하다


우리 마음 하늘에도 번뇌 망상 바람 자고
애착 탐착 구름 걷혀 고요한 맘 나타나면
물과 불이 교환되어 감로수가 나리오네
나오거든 즉시 삼켜 청정심을 키워보자.


공타원 조전권(1909~1976) 종사.
<회보> 55호(1939) 수록.



공타원 선진은 19세에 익산총부에 부친 따라 왔다가 대종사를 뵙고 법명을 받았다. 당시 대종사는 "세계의 대권(大權)을 잡고 일체중생의 어머니가 되어 최령한 가치를 발휘하여라. 일체중생의 어머니가 되려면 우주만유의 진리를 깨쳐, 참 나를 찾는 참 생활을 하여야 영생을 얻게 된다"는 법문을 받들었다. 1927년(원기12) 총부 동선을 난 그는 출가를 결심하고 정녀 전무출신의 문열이가 되었다.

이 시는 선정의 매력을 적절히 비유해서 표현한 선시다. 선미(禪味)를 정확히 짚어냈음이 느껴진다. '단 이슬이 내려 생기가 펄펄하다'는 표현이나, '번뇌 망상 바람 자고 애착 탐착 구름 걷혔다'는 비유는 일반적이지만 체험을 통해 얻어져야만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이 시에서 매력적인 곳은 '물과 불의 교환'이다. 좌선의 원리인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물 기운이 오르고 불기운이 내린다는 표현이 위트있다. 한여름, 수양 시간에 우리는 무엇과 무엇이 교환되고 있는가. 깨어 살펴보자.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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