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류시화가 쓴 '옹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옹이란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 밑부분을 말하는데, 한때 그 나무의 왕성한 생명력을 옹이의 숫자로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서 옹이는 정작 버려야 할 대상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옹이 중심으로 생기는 균열이나 휘는 현상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옷장이나 책상, 창틀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옹이가 있는 목재는 가공하기도 만만치 않다. 대패질은 목재의 결을 따라 하는게 순리이지만 옹이 이후부터는 나뭇결이 거꾸로 돼 품이 더 든다. 만일 이를 무시하면 대패날이 목재에 깊숙이 박혀버리거나 목재가 찢어지듯 뜯겨지므로 목재와 대패날 모두 상하고 만다. 이렇게 나뭇결이 거꾸로 된 것을 역리(逆理)라고 한다. 순리가 아님에도 역리를 취하는 일은 결국 목재 뿐 아니라 대패날까지 망가트린다. 그래서 역리는 이치를 거스르면 큰 화를 입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소태산은 "역리로 구하는 사람은 자기만 좋고자 하여 남을 해하므로 한없는 죄고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보통 역리를 취하게 되는 계기는 나만 위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얼마전 집중호우가 내려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도의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비난을 받았다. 그 비난에 대해 어느 도의원은 도리어 국민들을 생각 없이 끌려 다니며 집단행동하는 들쥐 '레밍'에 빗대 더 큰 공분을 샀다. 공분이 일자 소속당 역시 도의원 모두를 당적에서 제명했다. 해외출장의 권리를 민심의 결을 무시한 역리로 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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