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M3로 막힌 청소년교화를 뚫자

▲ 김인선 교무는 원광여자중학교에서 마음공부 인성교육 M3 수업시작 전에 경종을 울려 학생들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을 훈련시킨다.

찾아가는 '인성교육' 현장

수업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선다. 한울(3학년)이가 "합장 경례" 하면 친구들이 한목소리로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이곳, 원광여자중학교 CA반 교실이다. 서이리교당 김인선 교무는 손바닥 위에 작은 경종을 얹고 나지막한 울림을 들려준다. 잔잔히 퍼지는 경종소리에 학생들의 마음도 고요해진다. 눈을 감고 자세를 바르게 한 후 단전에 호흡을 집중해 보는 학생들. 5분여의 명상시간이 지나고 한 학기 인성교육 마지막 수업이 시작된다.

김 교무가 인성교육 8덕목을 묻자 학생들이 서로 다투어 대답한다. "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요." 씩씩하게 답하는 이들은 1학년~3학년 각 학급 인성부장을 맡고 있는 '마음공부 인성교육 심심(心心)풀이 M3'반 친구들이다. 3년째 인성부장을 자원해 온 반장 김한울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화가 날 때는 마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려고 노력해요"라며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비록 원불교 학생회원은 아니지만 3년 동안 교무님과 수업하며 '명상'이 주는 효과에 톡톡한 재미를 보았다. 이어 원만이 만들기(매듭공예)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쏟아진다. 한울이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도 웃음이 난다. '이 또한 과정이지' 하는 여유로움에서다.

원창학원 원광여자중학교에는 중앙교구 김인선·이지원 교무가 '심심풀이 M3' 인성교육지도사로 파견돼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12주 과정 인성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무는 "수업 시작 전에 꼭 명상시간을 갖는다. 3분~5분 사이의 짧은 시간이지만 일을 당해 먼저 마음 챙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 더욱이 청소년기에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큰 배움이다"고 자신의 마음공부 지도법을 밝혔다.

청소년교화가 힘들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학교폭력, 진로고민, 또래와의 갈등, 무한 경쟁에 놓인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그들에게 기성세대들이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가지 못한 게 아닐까. 찾아가는 인성교육 '심심풀이 M3'는 그런 청소년들의 고민현장으로 뛰어든 청소년교화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음공부 심심풀이 M3

2013년 한국사회는 학교폭력문제가 사회이슈화 되면서 자살, 왕따, 인터넷 중독 등 청소년기 인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청소년 마음공부 인성교육 심심풀이 M3는 '청소년 문제는 근본적으로 마음의 대립과 충돌로 인한 상처'라는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2013년 청소년국이 첫 개발했으며, 심심(心心)은 마음과 마음 간에 발생되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관계에 대한 은혜로움을 깨닫도록 한다는 의미이며, '풀이'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의 마음공부 기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이듬해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심심풀이 프로그램 개발에 공동참여하면서 '심심풀이 M3'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M3(Meta-Mind Meditation)는 마음공부의 핵심기제를 '메타마음 명상'으로 보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 행동을 알아차림으로써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접근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후 심심풀이 M3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기존 프로그램을 보완해 나온 '뉴 심심풀이 M3'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한 인성교육 사업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종교교육학회의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에도 논문이 게재된 상태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을 리뉴얼화 할 수 있는 데에는 인성교육지도자들의 교재 활용과 청소년들의 평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국과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연대 시너지도 한몫했다. 현재 뉴 심심풀이 M3는 역할극·무용동작치료·캘리그라피 등을 삽입해 12차 과정 활동프로그램으로 기획함으로써 교단의 대표 인성교육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도자양성과 교재개발

심심풀이 M3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인성교육으로 사회적으로 확산된 것은 청소년국이 전국 청소년담당교무를 대상으로 꾸준히 지도자양성을 해온 덕분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235명의 지도자가 배출됐고, 현재 지도자연수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44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종교의 울을 넘어 '학교 수업형' 인성교육에 참여해 학교 CA, 동아리, 방과후수업, 특별수업, 위기청소년군, 학교회장단 수업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해 가고 있다. 그 대상도 중·고등학교 청소년 중심에서 대학생, 군장병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심심풀이 M3에 참여한 학생 수는 5838명으로 집계됐다.

교재·교구 개발에 있어서도 청소년전문가와 책임연구위원진을 구축해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심심풀이 M3 교재 외에도 1박2일 원스테이, 영상콘텐츠 4회분 제작, 성장문답 콘서트 등을 개발했다.

▲ 청소년국과 마음인문학연구소가 공동개발한 심심풀이 M3는 찾아가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김인선 교무가 교립 원광여자중학교 인성부장을 대상으로 심심풀이 M3를 진행해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기념촬영 했다.

거점형 청소년 회관 설립해야

심심풀이 M3의 개발자인 동시에 지도자로 활동 중인 조치원청소년수련관 관장 박세훈 교무는 "예전에 연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했을 때 원불교만의 상담프로그램이 없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원불교는 뛰어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프로그램화 할 줄 몰랐던 것이다"며 "마침 청소년국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고원국·장진수 교무와 함께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박 교무는 인성교육이라 해서 주입식, 교훈적이기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명상을 시킬 때 책상 위에 눕힌다. 사고전환을 시킬 때 스트레스도 완전히 놓아진다는 관점에서다. 그가 지난해 조치원청소년수련관을 수탁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공부 인성교육을 꾸준히 시켜온 실적의 결과였다. 그래서 교단의 청소년교화 현장의 아쉬움이 크다.

그는 "지역 단위별로 거점형 청소년 회관이 세워져야 한다. 그곳에서 프로그램 개발도 하고 적용도 하고, 지도자양성과 실습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확률도 높다는 말로 교단의 폐쇄적인 청소년교화 방향에 대해 꼬집었다.

앞으로 청소년국과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심심풀이 M3의 성공적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성교육 교재와 프로그램 개발, 지도자양성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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