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응주 교무/법무실
경전의 말씀과 스승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항마위 오르기까지는 스스로 과신하지 말라


佛告沙門하사대 愼無信汝意하라 汝意를 終不可信인댄 愼無與色會니 與色會卽禍生이요 得阿羅漢道라사 乃可信汝意耳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시되 삼가 네 뜻을 믿지 말라. 네가 네 뜻을 믿지 못할진대 삼가 색으로 더불어 만나지 말라. 만일 색으로 더불어 만난즉 곧 재앙이 생기리라. 그러나 법이 강하여 모든 마군을 확실히 항복 받은 후에는 가히 네가 네 뜻을 믿을 것이요 비록 색을 대할지라도 재화가 나지 아니하리라."

<사십이장경> 28장의 법문은 깨치지 못한 수행자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믿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믿지 못한다면 이성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한 상태에서 이성을 만나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아라한을 성취한 후에라야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신무신여의(愼無信汝意), 삼가 네 뜻을 믿지 말라. 중생은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무명번뇌에 사로잡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늘 전도몽상으로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며,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다. 견성하여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자신의 생각과 뜻을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늘 경전의 말씀과 스승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탈선하지 않을 것이다.

여의종불가신 신무여색회(汝意終不可信 愼無與色會), 네 뜻을 끝까지 믿지 못하겠거든 이성과 함께 있지 말아야 한다. 네 뜻이 석벽의 외면처럼 견실하고 철주의 중심처럼 확고하다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이성을 만나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중생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냉철하고 엄정하지만 자신을 평가할 때는 실제보다 후하게 하며, 그럴 듯한 핑계를 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합리화시키고 자신의 마음을 포장해 버린다. 나쁜 마음을 먹었을 지라도 좋은 마음을 먹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포장한다.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없다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성을 만나지 않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대산종사는 시자에게 '너는 60세까지는 여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했다고 한다.

여색회즉화생(與色會卽禍生), 이성을 만난즉 재앙이 생긴다.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이성을 만나게 되면 재앙이 생기게 된다. 〈사십이장경〉 30장에는 수행자가 이성에 대한 욕망을 피하지 않으면 '마른 풀이 불을 만나는 것과 같아서 위험해 진다'고 하시면서 먼저 경계를 피하라고 하셨다. 종종 종교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남녀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과의 진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영원히 덮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사실이 밝혀지면 평생을 닦고 쌓았던 명예가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그러니 이성과의 사적인 만남을 피하고 공개된 자리에서만 만나야 실수가 없을 것이다.

득아라한도 내가신여의이(得阿羅漢道 乃可信汝意耳), 아라한도를 얻었다면 네 뜻을 믿을 수 있다. 아라한이란 소승불교의 최고 경지로 온갖 번뇌를 끊고 사제(四諦)의 이치를 밝혀 그 이상 더 배우고 닦을 것이 없는 경지요, 불제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말한다. 아라한이란 산스크리트어 아라트(arhat)를 음역한 말로 응공(應供)·응진(應眞)·무학(無學)·이악(離惡)·살적(殺賊)·불생(不生)이라 번역한다. 마땅히 공양 받아야 하므로 응공, 진리에 따르므로 응진, 더 닦을 것이 없으므로 무학, 악을 멀리 떠났으므로 이악, 번뇌라는 적을 죽였으므로 살적, 미혹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불생이라고 한다. 아라한과를 얻어야만 비로소 자신을 믿을 수 있으며 이성을 대하더라도 욕정을 일으키지 않는다.

종교인 중에는 반딧불 같은 지혜와 그럴듯한 언설로 다른 사람의 스승 노릇을 하며 사람들을 잘 못 인도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확실히 아는 것도 없고 또는 모르지도 아니한 상태를 소태산 대종사는 '중근병(中根病)'이라 말씀했다. "확실히 깨치지는 못했으나 순전히 모르지도 아니하여 때때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여러 사람이 감탄하여 환영하므로 제 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생각되어 제가 저를 믿고 제 허물을 용서하며 윗 스승을 함부로 비판하며 법과 진리에 호의를 가져서 자기 뜻에 고집하는 것이니, 이 증세는 자칫하면 그 동안의 적공이 허사로 돌아가 결국 영겁 대사를 크게 그르치기 쉬우므로, 과거 불조들도 이 호의 불신증을 가장 두렵게 경계하셨나니라." (<대종경> 부촉품 6장)

또한, 교단 초기부터 남녀 문제에 대해서 무척 조심했다. 남녀간 이성 문제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에 신흥종교 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남녀가 사무적으로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노인의 입회하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7, 8인의 입회자를 선정하여 두기도 했다.(<대종경선외록> 교단수난장 9장) 대산 종사도 항마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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