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망각은 평화의 각성으로 대체돼야 해
평화정책 수준은 시민 평화의식에서 결정된다

▲ 정지석 목사/국경선평화학교 대표

'7월27일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평화협정 체결 운동이 현재 한반도형 평화운동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드 반대 운동,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남북한 평화통일운동이 모두 평화협정 체결 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수년 전부터 종교인들이 벌이기 시작한 이 운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도 담겨있다.

지난 4월 이래 한반도는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속에 놓여있다. 한국전쟁 이후 64년간 전쟁 위기를 늘 겪어 온 탓인지 익숙한 채 살고 있지만, 전쟁의 망각은 평화의 각성으로 대체돼야 한다.

'설마 전쟁이 일어나랴'는 종말론적 체념의식, 전쟁이 나면 둘다 끝인데 남쪽은 그동안 쌓아올린 경제를 폐허로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북쪽도 자기 망하는 길인 줄 뻔히 알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만으로는 전쟁 불가를 보증할 수 없다.

남북한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북조선)이다. 휴전이란 말그대로 잠정적 중단일 뿐 종식이 아니며,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분위기가 아슬아슬하다. 대통령은 종잡을 수 없으며 여차하면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미국 국민들은 북한을 미국 안보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의 다음 전쟁 상대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런 흉흉한 소식들 중에도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의 평화정책을 분명히 천명하고, 미국 정부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7월 초 G20 국가 정상들이 모인 자리,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구상 요지 역시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불가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이 평화의 메세지는 미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잘 전달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촛불시민 평화혁명이 문재인 정부를 세웠고, 지금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을 평화적 해결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우선적인 현실적 방안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은 첫째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 선언이며, 둘째 전쟁 종식에 따른 모든 전쟁 대비 태세의 해체를 수반하며, 셋째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상황의 정상화 회복을 의미한다.

평화협정 운동은 시민이 깨어서 적극 나설 때 실현될 수 있다. 한국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지만, 국제적 연대가 있어야 한다. 미국 시민들이 동참해야 하고, 중국과 일본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이같은 시민 차원의 평화 각성 운동에서 종교의 역할은 크다. 만인 평등과 생명 존중의 종교적 영성을 시민의식 속에 불어넣어 주고, 종교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시민들은 평화적 만남과 협력을 증진시켜 갈 수 있다.

평화는 국가나 정부의 정책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국가정책은 결국 자국의 안보 우선 정책이므로 국가 간 이해 충돌이 있을 때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들의 평화 의식이 중요한 이유다. 국가나 정부의 평화정책의 수준은 시민 평화의식 수준에서 결정된다. 종교는 시민평화교육에 앞장 서야 할 때이다.

기독교 사회운동 단체인 한국 YMCA 지도자들은 매년 7월27일 철원에 와서 평화협정 캠페인을 한다. 철원은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 현장이고, 지금도 비무장지대(DMZ)와 남북 군사 대치지역이다. 이 때문에 평화협정 캠페인을 하기에 상징적이고 적합한 곳이다. 올해도 전국 지역에서부터 온 YMCA 지도자들은 철원 국경선평화학교에서 평화대회를 연다. 국경선평화학교는 2013년 3월1일 남북한 평화통일 일꾼(Peacemakers) 양성을 목표로 세워진 이래 시민평화 의식 증진을 위해 일해오고 있다.

평화는 평화를 준비하고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건설된다. 평화를 낙관하는 사람들의 실천을 통해 평화협정은 실현될 것이고, 우리는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종교인은 평화운동의 맨 앞자리에 서는 사람들이며, 직면한 문제 해결 다음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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