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평화운동의 지속적 전개방안에 대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교단의 미숙한 사드배치 대응…시대적 교의해석 부재 때문
교헌개정, 수위단회 개혁, 선언문 실천 등 교단개혁 서둘러야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마을 주민들과 교무들을 가로막고 성주에 사드를 기습 배치한 뒤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내 민주주의 절차를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 지역주민의 삶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나머지 사드배치에 대한 시간 벌기에 나선 상태다. 이 가운데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법은관 대회의실에서 원불교 평화대토론회를 열고 사드철회 및 평화운동의 지속적 전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원광대학교 정역원 원익선 교무는 '원불교의 평화운동과 전환기 교단의 변혁'이란 주제로 사드철폐 운동에 대해 교단의 미흡했던 대응 상황을 지적하며, 교단 내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가 생존했던 시대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수많은 전쟁이 발생했고, 최소 1~2억 인류가 희생된 가장 참혹한 시대였다"며 "이런 시대를 살다간 소태산 대종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개혁할 것인지 내놓은 구체적인 방안이 바로 원불교다"고 말했다. 교단과 교법이 단순한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닌, 무거운 시대적 운명을 안고 탄생했음을 역설한 것이다. 이는 일제 침략이 이뤄지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사드 무기는 북·중·러와 한·미·일 군비경쟁을 발생시키는 전쟁발발의 위험요소임에도 적극적으로 교단이 대응을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엄연히 민주주의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것이 합리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이번 사드배치와 같은 상황은 이들이 모두 무시됐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갈 때, 종교의 역할은 그러지 못하도록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정교동심(政敎同心)의 의미를 넓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원상진리와 사은사요의 원불교 교리는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럽에서 정의하고 있는 시민종교와 유사하다. 사회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시민종교 입장에서는 개인의 신앙·수행을 넘어 인권, 복지, 교육 뿐 아니라 사회적인 불의와 불합리에도 적극적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해석이다.

▲ 원광대학교 정역원 원익선 교무가 발표하고 있다.
그는 "현시대 여러 문제를 단순히 제1텍스트인 〈정전〉과 제2텍스트인 〈대종경〉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현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교의를 통해 해석해내는 이 시대의 텍스트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오래전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으로 생산된 교법을 기준해서는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카톨릭의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생성된 교회헌장처럼 시대성이 반영된 제3텍스트와 같은 교의해석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참여 및 대응이 약한 교단에 대한 개혁과제를 내놓았다. 1999년 제5차 개정을 끝으로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원불교 교헌 개정을 비롯해, 너무 많은 기능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수위단의 개혁, 본래 공전(公傳)하며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 교법적 취지와 다르게 차별과 권위적 의식을 조장하는 상사제도 폐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구체화하고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 의문이다"며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깊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일침을 던졌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 이후, 1971년 원불교 개교반백년 기념대회 선언문, 2000년 대종사탄생백주년 기념대회 선언문, 2016년 원불교백년기념대회 정신개벽 서울선언문 등을 내놓았지만 교단 내에서 과연 어떤 구체적인 작업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던진 것이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6세기 트렌토공의회 이후 강조된 수직적 교계제도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평신도·수도자·성직자 모두를 '하느님 백성'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며 "이로써 교회가 보다 협력적인 관계로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교회헌장), 저평가돼 오던 평신도의 역할을 주목했다(평신도교령)"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인류의 증진을 위해 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으며(사목헌장), 나아가 분열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을 '갈라진 형제'라 부르면서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에 나섰고(일치교령), 다른 종교들 안에 존재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그들과 대화하고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비그리스도교선언)"고 말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원불교 개혁이 시급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개혁을 위한 원불교 대결사로 초기교단 결사정신의 회복,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교단 확립, 선언문 등으로 사회와 공언한 원불교의 사회적 공약 실천을 밝히며 "한계에 다다른 교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교단을 확립하기 위한 대중의 지혜를 모아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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