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도언 교도/해운대교당

약자 편 가르는 보도는 쉼없이 나와
깨어있는 감시의 눈, 무엇보다 필요한 때

 

양치기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며 처음 외쳤을 때 늑대는 왔었다. 두 번째, 세 번째에도 늑대는 출몰했다. 소년의 고함소리에 놀라서 몸을 숨겼을 뿐이었다. 마을사람들의 눈길을 벗어나기 위한 꾀를 부린 것이다. 이솝도 마을사람들도 늑대에게 속았다. 사나운 늑대가 온순한 양을 사냥하기란 손쉬운 일이다. 늑대는 양떼를 교란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떼 속에 들어와 좌충우돌하며 불안을 고조시킨다. 물살 가르듯 양떼를 몰아세워 편을 가르고 공포를 퍼뜨린다. 많은 수가 아닌 한두 마리 늑대로도 양떼를 혼비백산시키는데 충분하다. 깨어있는 감시는 그래서 긴요하다.

2018년 최저임금이 2017년 기준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되었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75,300원, 20일을 근무하면 1,506,000원이다. 이전보다 212,000원 늘었다. 많은 액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몇몇 신문과 방송은 영세상인들의 허리가 부러지게 되었다고 뉴스를 가공한다. 가게주인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가게 되었다고 허풍을 떤다. 약자들을 편가르기 해 몰아간다. 같은 편을 갈라치기하는 보도는 쉼 없이 나올 것이다.

영세상인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물론 월 몇 십만 원의 추가지출이 부담되는 영세상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 알려야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가 아닌가.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로열티, 광고판촉비, 교육훈련비 등 부담금에다가 재료비 과다책정이 가맹점주를 눈물나게 하는 것이다. 점주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 수익을 올려도 본사가 온갖 명목을 내세워 이를 빼먹으려고 하니 정당한 수익창출이 어렵다. 여기에 비싼 임대료가 결정적으로 점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한방이 된다. 월 매출이 많아도 이리저리 뜯기고 보면 남는 돈은 겨우 자신의 인건비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많아서가 아니라 큰손들의 갑질이 영세상인들 삶을 옭아매고 있다.

1972년 닉슨 미국대통령이 마오쩌둥과 회담을 위해 중국의 공항에 내려 저우언라이 중국총리의 영접을 받았다(미중수교는 한참 후 1979년에 맺음). 자유민주주위와 공산주의가 서로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전환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미국만 바라보고 지내던 일본 열도는 충격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치경제계는 혼돈 그 자체였다.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을 무시해 왔던 일본은 최고의 우방에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생존전략이 요구되었다.

미국 해바라기에서 벗어나 중국과 연계를 도모하기로 외교전략을 수정했다. 다나카(田中) 일본수상은 닉슨이 중국을 떠나자 곧바로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열었다. 미국보다 7년이나 앞선 일중수교였다. 미국보다 자국의 이익에 최우선을 둔 전략은 큰 성공을 선물했다. 198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쾌거를 안았다. 외교의 지평은 넓어졌고 경제는 활황을 가져왔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기회도 잡았다. 미국을 넘어 세계경제 넘버원의 자리를 넘보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반대의 길로 나아갔다. 미국과 중국이 악수하던 그 해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자유와 민주주의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북한은 김일성 유일체제가 강화되었다. 남북은 화해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배반하고 억압, 강제, 증오의 터널 속으로 걸어갔다. 언론은 앞장서서 자유 민주는 아직 우리에게 이르다고 외쳤다. 편가르기가 일상화 되었다. 그 이후, 남북대결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적 기회비용은 수백조 원에 달할 것이다. 영유아보육, 대학생 반값등록금, 빈부 및 대 중소기업임금 격차해소 등에 이를 활용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새 시대가 늑대는 사라졌다고 긴장을 푸는 순간, 감시의 눈을 돌리는 찰나, 늑대는 곳곳에서 무리지어 나타날 것이다. 양치기소년을 믿지 못한 주민들이 노회한 늑대에게 약탈을 당한 그때처럼. 위무와 정직으로 가장한 공포와 거짓, 편가르기를 무기로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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