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도 교무/대구경북교구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만큼
창생구원을 위한 사무여한의 정신이 불타올랐던
법인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오직 성지수호를 외치며
부족한 힘이라도 짜내기를 거듭하며
보내온 시간이 무색하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광화문의 소음과 국방부의 매연과
진밭의 칼바람을 이기는 것보다 힘든 점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성지수호가 내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일을 마지못해 도와주는 듯한 물음들이야말로
아픔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비통함이었습니다.


자각 없이 나이가 드는 것만큼 외로움은 없고
수행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만큼 부끄러움이 없고
성지 없이 스승을 모시는 것만큼 염치없는 일이 없습니다.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깨달음을 바라고
시대의 요청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원을 갈구하고
창생의 아픔을 외면하면서 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지는 영성을 잉태하는 근원이고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생명의 샘이니
평화의 성자가 나신 성주 소성리를 전쟁무기로 물들일 수 없습니다.


구인선진께서 사무여한 서원으로 법계의 인증을 받으셨고
원불교 2세기 상생, 평화, 하나의 세계를 열어가자고 다짐했듯
이제는 우리 각자가 구인선진의 정신을 가슴에 품고
세상의 인증을 받아야 할 때입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성지수호의 의지만 있다면
반드시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수많은 고난은 우리의 다짐을 더욱 확고하게 해 줄 뿐입니다.


희망보다 강한 도전은 있을 수 없고
무관심보다 아픈 상처는 존재할 수 없기에
참다운 평화에 대한 열망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먼 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없고
그 때 행동하지 못한 나를 보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반드시 성지를 수호하여 웃으며 스승님들을 뵐 수 있어야 합니다.


소성리가 한반도이고 동북아가 현세계이니
내가 찾는 평화가 정당한 노력과 수고로움의 보상이 아니라면
민주주의를 외면했던 나약함으로 또다시 빚으로 남을 것입니다.


왜 평화여야 하는지 묻는다면
눈앞의 욕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껏 지켜온 정의 앞에 떳떳하기 위해
창생구원을 위한 우리의 서원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다시 사무여한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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