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중 가장 흔한 종류가 참나무라 했습니다. 마침 이 참나무 열매들이 달려서 점차 익어가는 시기이므로 참나무 6형제를 구분해 보기로 합시다. 기실 이맘때쯤부터 인터넷에는 많은 나무 전문가들과 저처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참나무 6형제 구분하는 법을 다루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참나무는 영어로는 오크(Oak)입니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목제 가구는 거의 모두 오크로 만들어졌었는데 그 오크가 참나무인지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발짝 더 나간다면 참나무 열매는 바로 도토리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어릴 때 도토리 혹은 꿀밤이라 불렀던 열매들의 주인이 바로 참나무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참나무라는 이름만으로는 어떤 나무를 가리키는지 정확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참나무가 크게 나누어 보아도 여섯 종류나 자라고 있으니까요. 순서대로 굴참, 상수리, 떡갈, 신갈, 갈참, 졸참. 그래서 흔히들 참나무 6형제라고 부릅니다.

이들을 분명히 구분해 내신다면 거의 나무 전문가 수준에 이르신 겁니다. 가장 쉬운 구분 방법이 열매로 구분하는 것인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굴참과 상수리는 열매들이 얼기설기 짠 모자를 거의 온몸에 덮고 있습니다. 익으면 조금 벌어지지만 말입니다. 떡갈나무도 털모자를 온몸에 덮고 있는데 이 녀석은 처음부터 털모자 색깔이 갈색입니다. 앞의 두 나무 열매의 털모자는 연두색인 것과 구분이 됩니다.

다음 세 나무의 열매는 모두 도토리 몸체를 절반가량 드러내놓고 뚜껑 같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가장 울퉁불퉁한 모자를 쓴 녀석이 신갈(전문가들은 이 모자를 석굴암 부처님 머리 같다고 합니다), 그 다음이 갈참(스님 벙거지 같은 이미지), 가장 매끈하고 작은 모자를 쓴 녀석이 졸참 열매입니다. 대체로 열매 크기도 이 순서입니다만, 가장 작은 졸참 열매로 도토리묵을 만들어야 제일 맛있다고 하니 도토리도 작은 녀석이 '매운'가 봅니다. 도토리 열매가 나무에 달린 위치도 약간 다릅니다. 굴참과 상수리는 나무 가지 중간에 잎 사이에 숨어서 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다른 4형제는 모두 가지 끝에 잎들이 모여 달린 한가운데에 자리하는 경향을 보여서, 잘 드러나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분당 중앙공원과 율동공원에서 주은 도토리들.

참나무 6형제는 잎 모양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실 이 방법이 더 확실할 수도 있습니다. 열매는 지금 이후에나 달리지만, 잎은 늦은 봄부터 가을에 떨어질 때까지 달려 있으니까요. 먼저 굴참과 상수리는 밤나무 잎처럼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고 잎가의 결각(가장자리가 파인 정도)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떡갈 잎이 가장 넓어서 이 잎을 떡을 찔 때 밑에 깔았다고 떡갈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떡갈 잎보다 조금 작은 녀석이 신갈입니다. 이 두 나무의 잎은 결각이 매우 심한 편이고 그 모습이 마치 물결처럼 생겼습니다. 저의 구분 비법은 잎의 뒤를 만져보아 융단 같은 털이 느껴지면 떡갈 그렇지 않으면 신갈로 보는 것입니다.

갈참과 졸참 잎의 결각은 깊이가 중간 정도이고, 전형적으로 톱니 모양으로 파였습니다. 졸참의 잎이 가장 좁아서 거의 상수리나 굴참 잎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졸참은 열매도 잎도 작아서 졸참이라 불렸다고 합니다만, 나무 전체의 크기는 다른 나무들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구분 방법을 설명하면서 굴참과 상수리는 거의 같이 취급했습니다만, 이 나무 둘 중에서 나무 등걸에 코르크가 두텁게 형성되는 녀석이 굴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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