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진 교무/영산선학대학교

교육, 스승 뜻보다 경제적 합리에 좌우되는게 아쉬워
불과 100년 지나 시대에 뒤쳐지는 교육정책 재고해야



교단에 산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돌파구가 바로 교육이라는 생각이 지금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한다. 그런데 교육기관에 근무하면서 놀란 일이 몇 가지 있다. 이러한 놀람은 교단에 대한 불평이라기보다 교단의 불합리적 요소를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 이번 칼럼에서 밝히고자 한다.

출가해 가장 크게 놀란 첫 번째 일은 출가지원자 감소를 계기로 약 8년 전 영산선학대학교와 원광대학교(원불교학과)를 통폐합하려는 교단적 일련의 움직임에 놀랐다.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야 두말할 나위도 없이 원광대학교의 중심이기에 당시 통폐합의 대상은 영산선학대학교였다. 영산선학대학교를 설립한 대산종사의 뜻이 채 20년도 지나지 않아서 어떻게 학교를 없앨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대산종사께서 교단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설립하시고 학교명까지 친히 내려주신 학교를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없애는 일을 추진했다는 것은 당시의 나에겐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비록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학사지도교무이지만 그 소속에 관계없이 교육체제 공청회(원기94년10월6일)에서 교단의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지금의 영산선학대학교를 보면 학생수는 매년 늘어나서 46명으로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와 거의 같아졌고, 특히 지난 5년간 가사 관계로 그만둔 1명 이외에 수학기간 중 중도 포기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세계의 어느 교육기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만큼 영산선학대학교의 교육이 대종사님의 뜻에 부합하도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실질적 증거이기도 하다.

교단이 만일 영산선학대학교의 현재 모습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었다면 당시 그런 불필요한 주제로 쓸데없이 에너지 소모를 하는 대신에 보다 교육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일에 더 힘을 쏟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스승님의 큰 뜻을 진리적 합리를 따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일반 사회의 합리적인(?) 사고방식 내지 경제논리로만 처리하려는 태도가 보이는 듯하다.

스승님의 말씀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실현한 교단의 큰 선진님들의 이야기는 이제 역사 속 위인전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 번째는 출가지원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 그 대안 마련에는 느긋한 교단의 모습에 놀랐다. 특히 여성 예비교무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 재학생의 경우 원광대학교(원불교학과)는 남학생 44명, 여학생 8명이고, 영산선학대학교는 남학생 30명, 여학생 16명이다. 전체적으로 남학생이 74명, 여학생이 24명인 셈이다.

올해 학부 1학년에는 양 교육기관에 단 한 명의 여학생도 없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리지 못한 우리 교단의 미래가 조금은 걱정스럽다.

불과 100년 지나지 않은 원불교, 특히 대종사님 당시부터 시대화, 대중화에 앞장선 원불교가 이제는 시대와 대중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정녀지원서를 조만간 폐지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정녀지원서 폐지 이후의 대안은 없는 게 현실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상으로 내가 우리 교단에 대해 놀랐던 일들은 마무리하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지난 5년간 인재발굴활동을 전담하면서 느낀 점과 인재발굴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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