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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 칼럼/ 무엇이 두려운가
교무 칼럼/ 무엇이 두려운가
  • 최경도 교무
  • 승인 2017.08.18
  • 호수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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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도 교무/문화교당
지도자의 뜻대로 아니면 교단이 무너지는가
출가자 직업과 결혼문제는 각자 원에 맡겨야

전무출신을 서원하고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퇴임이라는 단어가 남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홀로 미소 짓는다. 그 길은 가끔 자동차가 달릴 때마다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는 비포장 신작로에서 온 나라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그동안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커다란 근심 걱정 없이 무난히 잘 살아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겨워 보이기도 했겠지만 낙천적으로 고민하지 않는 타고난 성격으로 일이 쉽게 잘 풀리는 타입이었다. 어떤 이는 종교적 벼슬에 오르지 못한 것을 서운해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덕에 내심으로 내 삶을 즐기며 마음공부와 죽음과 좌선이라는 주제를 정하여 나름대로 교역생활을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당할 퇴임 후의 생활이나 그 후 맞이할 죽음의 문제나 사회변화에 따른 불안 등이 두렵지는 않다. 그동안 배우고 깨친 영원한 삶과 감수불보(甘受不報) 하는 도리를 알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화 현직에서 물러나는 마당에 걱정되고 두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막차를 탄 이가 떠나면 그만이지 무슨 쓸데없는 걱정인가? 하고 간과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를 전망해 볼 때 현재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세상에 이익을 주며 교화가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근심 걱정을 오래 끌다보면 두려움으로 발전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많은 주장이 있다. 나는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 그때가 물질이 개벽된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질개벽이 되면 정신개벽을 찾을 것이다. 그때 '정신개벽한 사람 여기 있소', '정신개벽 하는 방법 여기 준비되어 있소'하고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교화가 침체되고 있는 점이 두려운 것보다는 정신개벽을 찾을 때 준비되어 있지 못함이 두려운 것이다.

또 하나 두려운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교단의 변화 속도이다. 교단의 변화는 패러다임적인 시스템이 바뀌는 차원의 변화로 '체인지' 보다는 '트랜스포메이션'의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대종사께서 저술한 <조선불교혁신론>은 <대종경> 서품 18장에 제시돼 있다. 서품 18장에는 대종사가 교단을 이끌고자 하는 방향이 잘 나타나 있다. 대부분은 잘 시행되고 있으나 그 중 "출가 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며, 또는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길 것이며…"라는 부분은 아직 운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단은 교화 활성화를 위하여 용금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용금 평준화의 선결 조건은 세입이 증가해야 가능하다. 불확실한 세입 증가 없이 위턱 빼다 아래턱에 고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허점이 있다. 서품 18장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출가 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에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라는 데 맞춰 각자가 해결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정녀지원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도 위 법문에 근거해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길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정녀지원서 폐지에서 나아가 결혼해도 전무출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단의 혁신은 그 안에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지도자의 뜻대로가 아니면 교단이 무너지고 없어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정녀들이나 닭 벼슬만도 못한 기득권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가? 이제 교단은 없앨 수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변화를 할 수 있는 호기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은 점점 설 땅을 잃어버린다. 세상의 발전과 흐름에 따라 지혜롭고 현명하게 제도와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을 이뤄 가야 한다.

그래서 출가 공부인의 직업문제와 결혼문제를 각자의 원에 맡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가 '각자'이다. 나아가 가장 원불교적인 명제인 마음공부와 교화단 그리고 법위사정이라는 주제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착시켜가야 한다.

그렇게 교화하면 시대를 따라 교화가 발전하여 광대무량한 낙원세계로 인도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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