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1961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한 독일인이 법정에 섰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스실이 달린 열차를 고안해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상부에서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했다. 오히려 "월급을 받으면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국가가 명령한 일일지라도 양심상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닌지 성찰이 없었던 자체가 범죄라는 것이다. 생각없는 관행과 습속에서 악(惡)이 비롯된다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이론이다.

소태산 대종사도 생각없는 관행과 습속을 경계했다. 그는 "남들이 무엇이라고 할 때에는 나는 나의 실지를 조사하여 양심에 부끄러울 바가 없는 일이면 비록 천만 사람이 비난을 하더라도 백절불굴의 용력으로 꾸준히 진행할 것이요, 남이 아무리 찬성을 하더라도 양심상 하지 못할 일이면 헌신같이 버리기를 주저 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곧 자력 있는 공부인이 하는 일이니라"고 했다.

최근 트럼프와 김정은의 거침없는 말 전쟁은 한반도 긴장만 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 사드 추가배치 결정에 국민여론도 70% 이상이나 된다.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는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비대위는 천만 사람의 비난을 받게 될 형국이 됐다.

그러나 말씀하셨지 않은가. 자력있는 공부인이란, 양심에 부끄러울 바 없는 일이라면 백절불굴의 용력으로 꾸준히 진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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