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일상에 깜짝이벤트 플래시몹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 담아
효과 큰 참여형 행위예술
대중과 함께하자는 메시지

유동인구가 많은 유럽의 어느 광장,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활을 현에 대고 가만히 서있다. 그 앞에는 중절모가 놓여 있다. 한 소녀가 사뿐히 걸어와 작은 손에 꼭 쥐고 있던 동전을 모자에 넣는다. 그와 동시에 더블베이스 연주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연주를 시작한다.

저음의 중후한 베이스 소리가 광장을 채운다. 곧이어 첼로 연주자가 어디선가 등장하고 베이스 위에 선율을 얹힌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환희의 송가' 이다.

자유롭게 길을 걷던 사람들이 연주자들 주위에 모인다. 곧이어 바이올린, 비올라, 플룻, 클라리넷 등 연주자들이 한두 명 씩 모여들고 지휘자도 등장한다. 순식간에 멋진 오케스트라 공연이 된다. 여기에 합창단까지 등장하고 완전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연주된다. 사람들은 연주자 주위를 둘러싸고 함께 환희의 송가를 부른다.

물론 연주자들의 훌륭한 연주와 뜻밖의 퍼포먼스에 이끌려 왔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환희의 송가가 그냥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이 존경한 시인 쉴러의 시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에 합창 가사로 사용하여 만든 곡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평화 속에서 함께 기뻐하라는 인류애를 담고 있는 곡이다. 광장의 많은 사람들은 오케스트라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모여들어 함께 노래를 한 것이다. 이렇게 어떤 행위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나누고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플래시몹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플래시몹이 어떠한 장소에 미리 약속한 사람들이 모여 장난스럽게 의미 없는 행동을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흩어지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이 참여형 행위예술이 대중들에게 주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픈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플래시몹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서울 강남역에서 사람들이 모여 도로를 건너는 행인들에게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고 덕담을 외친 후 흩어진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후에는 독도는 우리땅을 율동과 함께 부르는 독도 플래시몹, 광복절에 뮤지컬 배우들이 안중근의사를 기리는 뮤지컬 '영웅'의 주요 노래를 부르는 플래시몹, 환경을 지키자는 의미로 전등을 끄고 촛불을 키는 플래시몹 등 사람들에게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플래시몹은 퍼포먼스의 장소와 시간, 행위만 알면 뜻을 함께하는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지는 않는다. 또한 시작 전에 플래시몹이란 것을 밝히지 않고 끝나면 바로 일반적으로 행동한다는 약속이 있다.

이렇듯 단조로운 일상에 깜짝 이벤트 같은 플래시몹은 조금씩 대중화되며 교육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플래시몹을 구상하게 하고 직접 실행해보는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플래시몹을 활용한 수업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런 플래시몹의 매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 함께 할 수 있는 것, 강요하지 않는 것, 갑자기 일어나기 때문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 등 매우 많다. 그리고 이러한 플래시몹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잠시나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플래시몹은 먼 외국의 특별한 누군가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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