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6일(음)에, 9인은 모두 만면한 희색으로 시간 전에 일제히 도실에 모이는 지라, 대종사, 찬탄함을 마지 아니하시었다. 밤 8시가 되자, 대종사, 청수를 도실 중앙에 진설케 하시고, 각자 가지고 온 단도를 청수상 위에 나열케 하신 후, 일제히 '사무여한'이라는 최후 증서를 써서 각각 백지장을 찍어 상위에 올리고, 결사의 뜻으로 엎드려 심고하게 하시었다. 대종사, 증서를 살펴 보시니, 백지장들이 곧 혈인으로 변하였는지라, 이를 들어 단원들에게 보이시며 "이것은 그대들이 일심에서 나타난 증거라"하시고, 곧 불살라 하늘에 고 하신 후"바로 모든 행장을 차리어 기도 장소로 가라"고 하시었다. (<원불교 교사> 제1편 개벽의 여명, 제4장 회상건설의 정초, 5.백지 혈인의 법인성사)

법인절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대종사와 구인선진의 백지 혈인 나툰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연신 "실화인가?" 하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는 실화라고 했지만, 나 역시 자신감은 없었다. 증거를 제시하라는 아이들 앞에서 신심을 키우자! 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성인들의 그 정신을 우리가 본받아 이어가야 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 후 아이들의 석연치 않은 표정들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고, 과학적이고 꽤 합리적인 원불교의 법 앞에서 이적을 설명하기란 퍽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마다 법인절이 되면 영산성지에서는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모여 구인봉에서 법인기도를 재현한다. 그때는 서로 오르기 쉬운 봉우리를 맡으려고 옥신각신 했던 기억이 난다. 대종사는 정관평 방언공사를 마치고 바로 기도에 들어갔다. 기도의 정성에 하늘도 감응하여 혈인의 이적을 나투셨고, 구인선진의 신심은 죽음과도 맞바꿀 정도로 깊어졌다. 그리하여 새 회상 원불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산종사 법인절을 맞아 말씀하시기를 "구인선진들께서는 공을 위해 사를 버리고 법을 위해 몸을 잊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법인성사의 이적을 보여 주셨나니, 스승에게는 두 마음 없는 신봉정신을, 동지에게는 두 마음 없는 단결정신을, 인류에게는 두 마음 없는 봉공정신을 바친 분들이라, 우리 모두는 구인 선진들께서 보여주신 이 법인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데 힘써야 하느니라."(<대산종사법어> 공심편 1장)

누가 나에게 창생을 제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겠냐. 하고 묻는다면 그날의 구인선진처럼 "예 그러하겠습니다" 하고 두 말 없이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묻는 당신이 먼저 해보라고 할 것 같다. 아이들의 질문에 자신이 없던 것도, 나조차 이것이 실화일까 의심을 가진 것도, 지금 당장 목숨을 바칠 수 없는 것도 모두 돌이켜 보니 나의 신심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8월21일은 우리 회상의 구인선진이 백지혈인의 법인성사로서 본교 창립 정신의 표준을 보여 주신 것을 기념하는 원불교 4대 경축일의 하나인 법인절이다. 대종사와 구인선진이 약 100여 년 전 보여주셨던 법인정신을 우리는 의심하기 이전에 바르게 이어받아 내가 먼저 창생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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