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전이 열린 경인미술관 아틀리에관에서 '응시' 작품 앞에 선 박승순 작가.
화가 박승순 '생각-작업' 전
판넬에 도자기, 전통소재 현대화

서양화가 박승순 교도의 전시회가 2일~8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다. '생각-작업'을 주제로 연 이번 전시회는 언니 박혜영 도예가의 '나무풍경전'과 함께 진행된 '콜라보 듀엣전'의 성격이다. 여름 가운데 나무와 흙이 어우러진 도심 속 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더위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사색으로 이끌었다.

판넬에 도자기를 붙이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주목을 받는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응시-모란', '나무-풍경', '기원', '학습'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근 트렌드인 콜라보 전시를 준비하며, 그는 시그니쳐인 사실적인 화풍을 벗어나는 도전도 이뤄냈다.

그는 "박혜영 작가의 도자기와 잘 어울리는 작품을 위해 고민이 많았다"며 "어떤 작품이라야 나도 살고 상대도 살까 하는 상생의 조합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그가 도자기판을 다양한 방법으로 구워내 미리 작업한 판넬에 붙이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조화의 맥락에서다.

현직 미술교사이면서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박승순 작가는 1983년 전국대학미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책거리, 연꽃, 모란, 태극, 국화 등의 전통적인 소재를 세련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대화하는데 재능을 보여왔다. 이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과 중앙미술대전 특선 등 굵직한 수상 이력으로 우리 시대 가장 역량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판넬과 도자기를 따로 그리고 덧붙여 마무리를 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탄생된 작품들에 대해 그는 "마치 건축가가 집을 짓듯 설계와 구상 후에 하나씩 쌓아올린 것이다"며 "그러다보니 작가의 마음이 작품 속에 다 남아있다. 작품이 곧 선의 흔적이자 수도의 과정인 것이다"고 돌아봤다. 이를 통해 진정한 작가의 삶과 자세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30년 넘는 활동을 펼쳐오며, 그는 작품을 점점 단순화시키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도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원 하나가 그려진 노트를 주며 일기를 쓰라고 한다"며 "똑같은 일기라도 원에 쓰게 되면 마음이 더 편하고 솔직하게 된다"고 전했다. 마치 '원에 쓰는 일기'처럼 그 역시도 군더더기를 좀 더 빼며 휴식과 사색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빚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편 이재경 교도와 함께 교당 문을 처음 두드린 그는 "원래부터 작품에 원이 많았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려고 그랬나 싶다"며 "원불교에서도 말하는 원만한 상태는 늘 내 작품의 화두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에 앞서 늘 원만한 평정심을 갖추려 노력한다"며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며, 보는 이들을 정화시키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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