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 할 수 있는 것은 절기를 통해서이다.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로 가을에 해당된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 또 다른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는데 가을이 전하는 자연의 짙은 향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계절마다 즐기기에 알맞은 차가 있고, 계절이 바뀔 때 마시기 좋은 차가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자연의 향기로 충전하고 싶다면 허브차를 권한다. 허브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건강이나 미용에 도움이 되는 식물이다.

본래 '허브(Herb)'라는 말은 라틴어로 풀을 의미하는 '허바(Herba)'에서 유래되어 식물 전반을 가리킨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곧 보약이다"라고 말했으며, 허브는 기본 욕구의 충족은 물론이고, 활력을 주는 영양소와 비타민, 의약적 특성까지 함유하고 있다고 전한다. 히포크라스 시대 허브는 공식적인 의약품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건강이나 미용에 도움이 되는 향기 있는 식물'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건강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허브나, 허브를 사용한 식물 요법을 메디컬 허브라고 부른다. 메디컬 허브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탁월하고, 부드럽게 작용하여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이상 증상이나 만성적인 증상 등, 심신의 각종 부조화를 완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미용을 관리하는 도구로써 일상생활에 활용되고 있다.

후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된 로즈마리 허브.

인류가 식물을 활용한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으로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시대에 식물의 효능을 이해하고 몰약이나 유황과 같은 식물을 활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1700년경 고대 이집트 시대에 쓰인 파피루스 문서에는 이미 알로에, 쥬니퍼, 마늘 등 약 700종류의 식물에 대한 기록이 있어 인류사에 식물을 상처나 질병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원전 천 년경에 정리된 인도의 전통의료 아유로베다의 서적 <리그베다>에는 인도 특유의 식물을 중심으로 천여 종의 약용 식물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허브는 각각의 향기 성분으로 인해 갈증을 없애주거나 긴장을 풀어주는 것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다. 향기가 좋은 차는 맛도 좋아지는데 이러한 연상 작용은 특히 허브차에서 도드라진다. 허브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용 농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가 있고, 기르는 방법과 쓰임새를 알 수 있어 특별히 연령층에 구애받지 않는다. 유통되는 가장 흔한 혼합 허브는 장미, 캐모마일, 페퍼민트, 히비스커스, 생강, 로즈마리 그리고 민트 등이 있다.

허브는 각각의 효능과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목적에 알맞게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요일에 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고 블렌딩을 통한 다양한 목적별 허브를 만들 수도 있다. 색이 아름다운 히비스커스는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로회복에 좋다면, 캐모마일은 진정 작용이 있어 따듯하게 마시면 편안한 잠을 자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혈액순환과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이 전신을 활성화하여 사고 능력이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로즈마리는 뛰어난 향기로 신심의 피로회복과 활력에 도움을 준다. 대다수의 허브에 함유되어 있는 '후라보노이드'도 항산화물질 중 하나이다. 허브차로 마실 때는 생잎을 이용하거나 드라이 허브 중 어느 쪽을 이용해도 좋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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