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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삶-한국식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두머리부엌협동조합
대안의 삶-한국식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두머리부엌협동조합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7.08.25
  • 호수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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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맛집, 지역 농부와 상생하는 문화공간 두머리부엌
▲ 두머리부엌은 4대강사업에 반대했던 사람들과 농부, 지역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식당으로, 양평 두물머리 지역의 현안과 대안이 어우러지는 사랑방이다.
여름이면 흔했던 한국적인 풍경 중 하나는 마당에서의 식사다. 텃밭에서 상추나 오이, 고추를 따서 물에 휘휘 씻은 뒤 평상 위 소반에 올린다. 살짝 맛 든 열무김치까지 곁들이면 아무리 높은 고봉밥이라도 싹싹 비우곤 했다. 내가 길러 내 밥상을 채웠던 그 시절, 모두가 농부이자 요리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목가적인 장면은 이제는 시골에나 남아있다. 오늘 아침 내 밥상에 오른 배추나 마늘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내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한 쌀을 여든여덟번에 거쳐 길러낸 농부의 얼굴도 모른다. 되도록 국산, 친환경, 유기농, non-GMO를 구입하지만,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보듯, 한 구석은 늘 미심쩍다.

사람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농산물에 생산자의 이름이나 얼굴이 붙여지고,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농장 단위로 계약하는 생활협동조합이 생겨났다. 대략 50㎞ 내에 생산한 것들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나 먼 곳의 농부가 그 동네 먹거리들을 모아 보내주는 꾸러미도 안전이라는 소비자들의 아주 기본적인 욕구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그 자리에서 요리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뜨고 있는 식문화의 대안은 바로 '농가맛집'이다.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가지고 그 자리에서 요리해주는 한국식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로, 그 동네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역시 그 동네 주민이 차려주는 한끼다. 마을이 위치한 시골까지 가야 하고, 예약을 따로 하지 않으면 아예 문도 열지 않고, 연다해도 재료가 다 떨어지면 영업 종료인 불편함에도 불구, 농가맛집은 믿고 먹는데다 아름다운 풍경도 누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충남 예산 '가야수라간'의 주인 부부는 귀농 후 표고버섯을 가꾸다 이제는 표고 맛집을 겸한다. 표고탕수육, 표고버섯양갱 등이 주 메뉴며, 화학조미료 대신 표고가루를 사용하고 건표고를 달인 물로 밥을 짓는다. 전남 순천 '덕동원'은 직접 지은 돼지감자를 된장, 고추장, 수제비 반죽 등 모든 요리에 활용한다. 한창 뜨고 있는 강원 춘천 '어쩌다 농부'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따끈따끈한 맛집으로, 귀농한 청년들이 재미있게 요리를 하는 공간이다. 토닭커리, 핫썸머파스타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참신한 메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산이 많은 나라답게, 산이 주는 온갖 선물을 활용한 곳들도 있다. 전북 순창 섬진강변 '장구목 가든'은 주인이 그날 채취한 꽃과 나물을 이용한 반찬과 함께 메기, 민물새우 매운탕을 끓여낸다.

▲ 두머리부엌의 오징어떡볶이. 근처에서 나지 않는 재료는 생협이나 산지 직접 연결로 구한다.
▲ 농가맛집 속초 점봉산산채는 산에서 주인이 직접 캔 산나물로 건강한 음식을 선사한다.
못생긴 감자로 만드는 메뉴, 불량감자

농가맛집의 조금 더 진화된 형태가 경기 양평 양수리 두머리부엌이다. 두머리부엌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식당의 이름은 서울에서 한 두시간이면 닿는 드라이브 코스이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명소 '두물머리'에서 따왔다.

'우리 동네 농부들이 지은 곡식, 채소로 음식을 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꼬부라진 오이도, 벌레먹은 감자도 버리지 않고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로 시작되는 예쁜 걸개그림은 이 곳의 철학을 온전히 보여준다. 예쁘지 않아 팔지는 못하지만 멀쩡하니 맛있는 수확물들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2014년 이 다정한 식당이 생겼다.

두머리부엌의 철학은 고심을 많이 한 메뉴에도 잘 담겨있다. 시그니처 메뉴 '불량감자'는 못난 감자를 웨지스타일로 구워냈고, '농부전'에는 인근 농부들이 재배한 제철야채들이 듬뿍 들어간다. '두머리떡볶이'와 '들기름에 구운 우리콩두부'도 많이들 찾지만, 뭐니뭐니해도 두머리부엌의 최고 인기는 '집밥'이다. 그날그날 다른 국과 7~8가지 반찬은 혹 과식을 해도 기분좋은 배부름이라, 인근 직장인 중에는 매일 점심을 먹는 사람도 있다.

"모든 과일청, 장아찌, 양념까지도 직접 만들어요. 마요네즈도 유정란을 이용해 직접 만들고, 케찹도 여기 토마토와 생협우유, 유기농설탕을 쓰지요. 이곳에서 나지 않는 재료들은 산지를 찾아다니며 주문하고요. 준비하는 시간이 당연히 오래 걸리고 몸은 힘들지만, 두머리부엌의 정신과 철학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이양희 이사장이 말하는 두머리부엌은 단순히 밥을 파는 곳이 아닌, 음식을 매개로 한 문화운동의 공간이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70년대 유기농 발원지였던 이 곳은 80,90년대 귀농인구가 많았고, 이로 인해 친환경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큰 지역이었다. 그러다 4대강사업으로 농지로부터 내몰린 농부들과 시민들은 생태학습장이라는 중재안에 합의했고, 현재 첨예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그때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사람들과 농부, 지역민들이 뭉쳐서 두머리부엌이 탄생한 겁니다. 지금은 4대강반대와 지역문화를 이끄는 '두물머리활짝협동조합'과 농부들의 연대, 생산물 교류 및 음식문화를 맡는'두머리부엌협동조합'으로 나뉘어 함께하고 있어요."

환경과 보존, 농부와 지역민, 상생과 공존이 만나고 어우러지는 두머리부엌은 밥집 그 이상이다. 한켠에 '두머리상회' 이름을 붙여 농부의 수확물이나 핸드메이드제품 등을 판매하고, 종종 '시시장'을 열어 제품은 물론 '어깨마사지', '소리 한자락'과 같은 재능도 주고받는다. "매주 목요일은 음주가무의 날, 1년에 한두번 오순도순 끼마당에는 누구나 무대에 직접 오르고 관객도 돼요. 천연화장품만들기나 재봉, 풀공부 워크샵도 여기서 열리지요."

어떤 것도 가능한 열린 공간인 두머리부엌은 소식을 전하고 주민들을 모으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지역 현안인 팔당상수원규제갈등 토론회나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작은정원 제작워크숍 '움직이는 강들정원' 소식도 다 이곳 문 앞에 포스터로 동네방네 알려진다.

▲ 양평 두머리부엌의 철학을 보여주는 걸개그림에는 농사와 음식의 가치, 생명과 상생의 의미가 담겨있다.
음식을 매개로 한 문화운동 공간

두머리부엌은 보통 3년 넘기기 어렵다는 협동조합 식당, 문화공간에 희망이자 롤모델이다. 초창기 봉사로 운영되던 이 곳은 반년만에 법정최저임금을 맞춘 정당한 노동의 현장이 됐다. "이제는 상근자의 경우 상회하는 수준이다"고 귀띔하는 우보영 사무장. 그 역시 가끔 손님으로 오며 관계를 맺다 부엌 살림에 뛰어든 경우다.

"두머리부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열정적인 생산자농부가 결합되어 있고, 생산자들의 작물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점이에요."

양평 토박이와 귀농인이 어울려 살며, 특히 40대 안팎의 가정들이 자녀를 통해 관계를 맺는 지역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두머리부엌. 지역을 이해하고 내 이웃을 아끼는 상생의 정신이 두머리부엌 아궁이를 언제나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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