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학 최초의 박사논문, 송천은 종사의 '원불교사상의 연구'표지.
원불교학 최초의 박사논문은 송천은(融山 宋天恩) 종사의 '원불교사상의 연구'이다. 원기59년(1974) 8월, 원광대학교 대학원에 제출되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4×6배판 100쪽으로, '개교동기와 표어이념의 관점에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있다.

당시는 교리사상의 체계화, 즉 학문적인 정리가 아직 이뤄지기 전이었다. 〈원불교교전〉이 원기47년(1962)에 결집간행되었지만, 구종교서를 합본한 〈원불교전서〉는 원기62년(1977)에 완간되었으니, 아직 전문서나 연구논문이 참고할 정도로 제출되지 않은 시기였다. 다만 원기58년(1973) 원광대학교와 일본의 불교대학(佛敎大學)과의 사이에 학술자매결연이 체결되고, 한일불교학학술회의가 개최되어 매년 양국을 오가면서 대회를 개회하여 학풍을 자극했다.

또한 종교문제연구소(소장 류기현)에서 거교적인 지성을 동원하여 〈원불교사전(圓佛敎事典)〉 편찬작업에 착수하여 수년간 진행한 끝에 그해(1974)에 발간하였다. 교학 1세대인 송천은 종사도 그 주요 구성원으로 집필과 감수에 참여했으니 원불교학의 지평이 활짝 열리던 시대였고, 교단 내외의 기대가 컸었다. 따라서 학위논문을 이루고 연구성과를 공유한 것은 교역자로서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논문의 구성은 I. 원불교 개관에 교조의 구도와 대각, 교조의 교화, 전통적 불교와 원불교, 원불교의 일반적 특색을 다루고, II. 원불교의 개교동기 고찰에 새 세계의 도래와 종교 재정비의 필요, 정신과 물질의 위치의 정상화, 진리적 종교의 신앙, 사실적 도덕의 훈련, 광대무량한 낙원의 건설을 다루었다. III. 원불교의 지향처에 불법과 생활의 관계, 불공론, 선(禪)사상, 영육(靈肉)의 조화, 동과 정의 일치를 다루고 있다.

이 목차를 살피면 문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불교 출현의 의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의 구도과정과 대각의 내용부터 다룬다. 개교의 동기와 교리표어를 밝혀 사상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정전〉의 편차에서 보면 교의편과 수행편은 다음의 연구과제가 된다는 말이다. III에 소속된 결론에서는 '개교동기의 원문은 1페이지 밖에 안되는 단문이나 개교의 근본정신을 담고 있다. 거기서 다섯 가지 동기를 찾아 구체적인 의미규정을 시도했다. 연구의 주안은 원전에 충실하는 일과 다른 하나는 미래지향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일이었다. 또 개교동기 속에서 원불교이념의 전모를 파악하도록 노력했다. 〈교전〉의 표어는 교조 소태산사상의 특징이요 집약이라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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