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 이르나니, 그러므로 우리의 일원 종지와 사은 사요 삼학 팔조는 온 천하 사람이 다 알아야 하고 다 실행할 수 있으므로 천하의 큰 도가 되나니라."(〈대종경〉 제2 교의품 2장)

'천하의 큰 도'는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과 포부이다. 불법이 생활 속에서 활용되어 모든 사람이 성자가 되기를 얼마나 갈망하셨던가. 그래서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먼 이론이나 어려운 문자를 피하게 하시고, 법과 조직도 누구나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쉽게 만들어주셨다. 일부 상근기만을 위한 법이 아니고 천하 사람이 '다 실행할 수 있'는 법을 추구하셨다. 수직과 차별의 선천 시대를 마감하고 수평과 균등의 후천 시대를 여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전〉은 참으로 대중적인 경전이다.

〈정전〉 염불법과 좌선법에 염불과 좌선의 방법은 '극히' 간단하고 편이하여 '누구든지 가히 할 수 있'고, '아무라도 행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아무라도 행할 수 있다는 말씀은 얼마나 따뜻한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어렵다는 말이 있다. 현애상을 가지고 미리 주저하고 포기하고 실망하는 대중들에게 누구든지, 아무라도 할 수 있다고, 해보자고 다독이며 이끌어주신, 지극한 자비의 말씀이다.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는 불법을 생활 속에서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여기서도 대종사의 너른 품을 느끼게 한다. 3조에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경전 법규 연습하기를 주의하라고 하셨고, 4조에 경전 법규 연습하기를 '대강 마친' 사람은 의두 연마하기를 주의하라는 말씀과 5조에 석반 후 살림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다 마치고 '잠자기 전 남은 시간'이나 새벽에 정신 수양하기를 주의하라는 말씀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대강 마친', '잠자기 전 남은 시간' 등과 같은 말씀은 대중들의 현대적 삶의 양식을 깊이 들여다본 말씀이다. 교법의 엄격성을 강조하는 분들은 이런 느슨해 보이는 수행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법 수행을 소홀히 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도리어 물샐 틈 없는 수행을 강조하시지 않았는가.(〈대종경〉 수행품1장) 생활 그 자체를 가볍게 여기거나 여의지 말고, 오직 생활 중에서 법을 연마하고 익히라는 말씀이다.

멀리 내다보고 오래도록 해 나가야 하는 필생의 일이며, 영생의 일이라는 말씀이다. 산중에 들어 토굴 파고 장좌불와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것이 대종사님 교법에서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참으로 대중적인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한 형상이다.

어떤가? 좀 위로가 되셨는가? 안 된다고 안달할 것도 닦달할 것도 없다. 물 흐르듯이 가면 된다. 급류를 타다가도 완만한 곳에 이르면 느리고 깊게 가고, 장애물이 있으면 에둘러 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채워서 다시 흘러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오래도록 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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