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진 예비교무/원광대 원불교학과 4년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개교표어의 실체 발견
파리교화 현장 목도, 교화 원동력 될 서원 세워

6월26일~7월11일 약 2주간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로 졸업연수를 떠났다. TV에서나 보던 문화유산들과 명소를 실물로 마주하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모두 정말 값진 경험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마음에 짙은 인상을 남긴 곳들이 있었다.

내가 만약 해외교화를 한다면 먼저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지를 알아야 할 것이므로 현지인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마침 런던의 숙소에서 1분 거리에 '하이드파크'라는 공원이 있었다. 공원 벽면에 드문드문 작은 틈들이 있었는데 그게 입구였다. 동네 공원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입구에 비해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커도 너무 큰 나무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있었고, 우리나라의 수령 몇 백 년의 나무들과는 또 다른 웅장함이 느껴졌다.

온통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이곳에 축적된 시간들에 대해 사색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드넓은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반려견과 함께 뛰어 노는 사람들, 공원 호숫가에 모여 앉아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조깅을 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공원 특유의 고요하고 묵직한 느낌은 온전히 유지되어 동과 정을 아우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닐며 되찾았을 여유로움과 성찰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계적 도시 런던에서 하이드파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찾아가서 휴식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원처럼, 우리의 번거해진 마음에 안정을 얻고 다시 희망차게 살아갈 힘을 얻도록 돕는 곳이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종교는 일상과 동떨어진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과 매우 밀접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나 물질의 개벽이 생활 속으로 드리우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정신개벽을 역설하고 있는 원불교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가 세계로 뻗어 나아가야만 하는 뚜렷한 명분을 공원을 산책하다가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다.

영국을 떠나 프랑스로 넘어와서는 파리교당에서 지냈는데, 처음 방문한 해외교당인 만큼 의미 있게 다가왔다. 교당은 파리 외곽 동네의 단독주택 건물이었고 이웃집들과 전혀 이질감이 없이 자리하고 있어서 마치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의 경지를 보는 것 같았다.

파리교당 교무이자 유럽교구장인 권타원 김신원 교무님이 27년간 파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건물 8층 다락방에서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교화의 여정은 교단의 역사가 되었고 세계교화의 발판이 되었다. 한 사람의 지극한 서원과 많은 인연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비로소 나는 지금 이 낯선 도시 파리에서 저 일원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세계교화는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씀은 나에게 근본적인 물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교화의 원동력이 될 서원을 세웠는가?'

현재 프랑스에는 파리와 노르망디 두 곳의 교당이 전부이지만, 원불교 최초의 교당인 구간도실처럼 프랑스의 구간도실이 되어 장차 수많은 프랑스 교도들의 정신적 고향이 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밖에 파리에 위치한 이슬람사원과 가톨릭 도미니크회 소속의 수도원을 방문했는데, 그곳들은 교당에 비해서 성속과 세속의 온도차가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로마 바티칸 시국 방문 때는 운 좋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하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비록 저 높이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세계 곳곳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그 기도를 듣고자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으로 모였다. 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언젠가 총부에도 세계인들이 모여 종법사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을 말이다. 나에게 이번 졸업연수는 원불교가 가진 희망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그 희망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간이 되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다. 앞으로 훌륭한 교화자로 성장하는 것이 보은하는 길이 될 것이기에 정진하고 또 정진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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