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7일 야밤에 성주 소성리에서 사무여한 평화결사단 비상대기령이 내려졌다. 다시 공포감이 몰려왔다. 신문편집을 하루 앞둔 시점에 비상소집령이 아닌 이상 당장 달려 갈 수도 없는 상황, 지난 4월26일 그날의 트라우마가 온몸을 감쌌다.

며칠 전, 어느 언론사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다섯 번의 경로 이탈, 길 잃은 외교안보, 대전환하라'는 글이 떠올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돌아보며 외교안보의 난맥상을 짚었다. 그 중 '문 대통령은 사회 경제적 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들어 설명하고 잘 이해하고 있지만,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이해도가 높지 않다'고 꼬집으며,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유연성과 전략이 부족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무래도 최근 북한의 ICBM 도발로 인한 대응 방안이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보는 듯하다.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라는 정부의 발표로 인해 현재 소성리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보수 언론도 이에 발맞춰 연일 사드배치가 임박했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아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나머지 발사대와 공사장비를 들여놓겠다는 심산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으로서 왜 이곳에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주민들은 매일 밤 마을회관 앞 길목을 지킨다. 지난번처럼 8천여 명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구르며 있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는 주민들과 함께 평화의 땅, 성주성지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사무여한 평화결사단을 조직하고 8월28일~9월6일까지를 비상대기주간으로 정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좀처럼 활발하지 않다. '성주성지수호'라는 마음은 있지만 행동으로까지 옮기기에는 각자가 처해 있는 교화현장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까닭이다.

한 교무의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성주성지수호'만 얘기하면 되는데, 왜 현장에서는 '평화운동'을 얘기하는가. 가끔 종교인의 모습이 아닌 강성적인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성주성지수호에 동력이 빠지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성주에서의 사드 반대 운동이 단순히 성주성지를 지키자는 것인가.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렵고도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교수의 말처럼 평화는 국가 공권력으로부터의 폭력을 줄여나가는 것이라는 말에 동감한다.

강대국들의 패권주의,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생존권을 지켜내고자 하는 작은 움직임들이 다 평화운동이다. 우리는 그 평화운동이 꽃 피워지는 곳에 성자의 탄생지를 뒀을 뿐이다. 그러니 어찌 성지수호만 말하고 있을 것인가. 병든 사회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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