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스님이 고기를 먹어도 될까?' 불교계가 이 문제로 논쟁 중이란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7월,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을 열어 불교계의 위기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티베트 스님들은 수행을 잘하는데 고기를 먹는다. 한국 스님들은 지킬 수 없는 계율에 얽매이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논쟁이 촉발되었다. 다른 참석자도 "불살생과 고기를 먹는 건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참석자는 "대만 불교가 1965년 이후 육식 금지 계율을 지키면서 대중의 존경을 회복했다. 채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불교가 역행해선 안 된다"고 맞섰으며, "닭, 소, 돼지가 공장식 축산으로 비참하게 사육되고, 육식으로 인해 세계적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계가 '백년대계본부'를 구성하고 불교의 위기상황을 점검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육식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원불교에서는 육식이 대체로 허용되고 있고, 육식이든 채식이든 음식을 가리는 것을 '원만'하지 못한 모습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육식을 꺼리는 것을 편식과 같이 단순히 원만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는 신념의 실천으로 볼 것인가는 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육식과 관련된 교리의 일단은 〈정전〉 수행편 제 11장 계문 중, '연고 없이 사육(四肉)을 먹지 말라'는 법마상전급 10계문에 있다. 사육은 소, 돼지 등 네 발 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육식 일반이 아니라 네 발 동물로 그 범위를 한정하였고, 계문 준수의 대상도 보통급, 특신급은 제외시켰다. 게다가 '연고 없이'라는 단서까지 붙여, 육식이 불가피한 대중들의 식생활을 도외시하지 않은, 매우 유연한 계문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사육(飼育) 동물들이 고통스럽고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광우병, 구제역, 돼지콜레라,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으로 수많은 생명들을 살처분하는 아픔이 끊이지 않는 것은 현대 육식 문화가 지속 불가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공장식 축산'은 생명의 생명다움을 거세하고 오직 상품으로만 대량 생산하여 인간의 탐욕을 채우는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육식은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정전〉 교의편 제5장 팔조에 '탐욕'이란 모든 일을 상도에 벗어나서 과히 취함을 이른다고 했다. 이는 무엇이든 지나치게 취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하물며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 내 생명을 보전하려는 육식에 이르러서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육식만을 놓고 볼 때, 삼십 계문은 불가피한 육식은 인정하면서도 과히 취함을 경계하는 중도의 계문이며 공부 정도에 따라 지키게 하는 수준별 계문이다. 육식! 하나로 얽혀 있는 인연과 인과의 그물을 생각하여 그저 존절히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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