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 문화와 사상을 집대성한 〈원불교 사전〉의 표지.
원기56년(1971) 개교반백년기념대회는 교단적으로 의미가 큰 행사였다. 기념사업을 회향하는 자리였지만 이는 안으로 교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밖으로 교단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듬해부터 종합대학으로 개편된 원광대학교에 예비교역자를 육성하는 원불교학과가 이름을 드러내게 됐으니, 교단의 역사와 함께 문화적·학문적인 정리가 필요해진 것도 이 시기이다.

이에 대한 답의 하나가 종교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원불교사전(圓佛敎事典)〉이다. 소장인 류기현(如山柳基現, 1930~2007)종사의 요청에 원불교학과 교수들을 비롯한 연구자들이 호응하고, 교단의 지성을 망라하여 기념대회 전후부터 수년간의 작업끝에 원기59년(1974) 11월, 원광대학교출판국 발행하였다. 교단 원로인 박광전(崇山朴光田, 1915~1986)·박장식(常山朴將植, 1911~2011)·이공주(九陀圓李共珠, 1895~1991)종사가 감수하고, 출판비는 교정원 교무부에서 담당하였다. 신국판 양장 652쪽이다.

수록항목은 원불교에서 통용되는 교리·역사·문화·인물·교화·교육·자선·의식·제도 등 술어 600여개에 이른다. 이들을 대·중·소로 나누어 개념을 정리하고 역사적인 사항을 기록하였다. 부록으로 '원불교교사 연표'·'정전 참고자료 색인'·'연대 환산표'·'색인'을 붙였다.

당시 종교계의 사전은 불교의 〈불교사전〉(운허용하 편), 기독교의 〈기독교대사전〉(대한기독교서회)이 발행된 정도로, 창의성 있는 작업으로 평가 받았다. '서문'(류기현)에서는 '원불교 반세기의 역사를 통해 한국정신사 나아가서는 세계사상사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한국의 현실에서 100여만 민중의 생활감정을 순화시켜 온 이 교화의 터전에서 원불교적인 새로운 표현, 새로운 뜻은 무엇일까? 교단의 조직과 교화활동 그리고 제도와 의례, 경제와 행정 등 전반에 걸쳐 원불교를 처음으로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원불교의 교리를 보다 깊게 이해하려는 신자들, 또는 원불교를 넓고 깊게 파급시키려는 교역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원불교의 신앙체계를 담은 교리를 중심으로 각종 교서에 나타나는 원불교적인 단어·숙어의 의미파악은 긴요한 것이다'라고 편찬의의를 밝혔다.

'간행사'(이광정)에서는 '이로써 우리 교단은 문화작업의 거보를 또 한번 내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교화가 문화교화의 차원으로 전화되어야 할 현시점에서 이 〈원불교사전〉의 발행의의는 참으로 크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라 평가하였다.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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