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지도자, 바티칸 방문

▲ 한은숙 교정원장이 영역교전과 심월상조의 합죽선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로 전했다. 사진= CTV 캡쳐
교정원장, 프란치스코 교황 만나
영역교전, 합죽선 선물로 전해

한은숙 교정원장을 비롯한 국내 종교지도자들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함께 기도했다.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국내 7개 종단 수장과 함께한 이번 만남에서 교황은 "한국에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를 위한 깊은 적공과 인내로 평화의 길을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일 사도궁에서 열린 만남에서 한 교정원장은 영역 교전과 '심월상조' 합죽선을 선물했다. 한 교정원장은 "2014년 교황께서 한국 방문시 '신 안에서 우리 모두가 형제 자매'라고 한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며 "'심월상조'는 그러한 의미가 함축된 내용으로, 서로 마음달이 비친다는 것은 진리 안에 모든 인류가 하나로 연하는 원리이다"고 뜻을 설명했다. 교황은 이를 특별히 유념해 경청했다. 이어 한 교정원장은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어렵고 힘든 사람의 삶을 배려하고 상생의 도리를 몸소 실천하는 교황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앞서 종교지도자들은 교황에게 국내 7개 종교 수장이 서명한 서한을 전달하며 한반도 긴장 상황을 설명했다. 서한에는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주변 강대국의 전쟁위협 속에 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 상태인 정전협정 체제에서 벗어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길 기도하며 행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한반도를 비롯한 갈등 지역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고 하느님의 빛이 증오와 갈등의 어둠을 물리치도록 해달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님의 기도를 호소한다"는 요청을 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그 미래는 개인, 공동체, 인민, 국가 간 분쟁을 거부하고 조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교지도자들은 인류의 복지와 화해를 장려하도록 부름 받았다. 우리는 비폭력적인 평화의 언어로 공포와 증오를 야기하는 것들과 맞서야 한다"며 "여러분을 보니 아름다운 한국 땅으로 향했던 지난 순례길이 생각난다. 우리가 하나 되어 나아갈 힘을 주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날 실내에서 이뤄진 만남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진행으로 화제가 됐다. 역대 교황 가운데 한국 예방단만 별도 면담을 한 건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8월31일부터 9월5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순례에는 한 교정원장을 비롯해 천주교주교회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이경호 서울교구장 등 22명이 함께 했다.

한편 한 교정원장은 북한 6차 핵실험 소식을 접하고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갈 대의는 전쟁무기가 아닌 평화를 위한 인내와 노력이며 이를 위해 더욱 적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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