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참나무 6형제 구분하는 방법을 다루었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선 즈음이라 이번에는 들국화 세 자매를 다루고자 합니다. 제가 과거 SNS에 올린 글들을 봐도 2014년부터 줄곧 이맘때쯤 들국화 이야기를 했네요. 지난번에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만, 들국화의 경우도 실체가 없는 이름입니다. 수많은 꽃들이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어느 꽃도 이 이름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들국화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꽃들이 있습니다. 흔히 들국화 세자매라고 불리는 것은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입니다.

국화가 꽃잎이 여러 겹으로 형성되어 있고, 잎 모양도 잎 가장자리의 결각이 매우 심하게 구불구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들국화들은 보통 홑겹의 꽃잎을 피우고, 잎 모양도 비교적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이미지 그대로 화려하지 않은 청초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화보다도 더 많이 공원, 정원 등에 심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들국화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벌개미취입니다. 들국화라면 당연히 가을에 피는 꽃으로 여겨지지만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부터 피어서 우리 시선을 끄는 녀석입니다. 그래도 가을 내내 꽃을 피우니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도 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연보라색을 띠고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거의 없이 밋밋하지만 길고 힘이 느껴지는 잎을 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싱싱한 힘을 느끼게 하는 이 꽃은 공원의 산책길 주변, 공공기관의 화단 울타리 부근 등에 많이 심어지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국회에 피어있는 구절초, 분당 야산에 난 쑥부쟁이, 선정릉에서 만난 벌개미취 순이다.

들국화 세자매 중에서 유독 쑥부쟁이를 향해서 애틋한 감정이 묻어나는 것은 다른 두 꽃이 정원, 공원 등에 잘 모셔지는 입장인 데 비해 이 꽃은 그야말로 들판에서 만날 수 있는 대단히 서민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자태는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도 이 꽃을 소재로 다루고 있고 2008년에는 MBC에서 이 꽃 이름의 드라마도 방영했다고 합니다. 쑥부쟁이 역시 연보라색을 띠는 것이 일반적인데 거의 옅어져 흰색같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꽃모양만으로는 벌개미취와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대체로 잎의 길이가 짧고 잎가에 작은 톱니가 군데군데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알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꽃은 9월 초 경부터 만개하기 시작해서 10월을 거쳐 11월 중순 서리가 내려도 살아남아 있어서 가냘프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쑥부쟁이가 풋풋하고 가녀린 시골아가씨라면 구절초는 우아하고 깔끔한 도시의 미인입니다. 우아한 상류사회 미인답게 잘 갖추어진 정원에 그것도 누구에게나 눈에 띄는 핵심 장소에 심어져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구절초도 9월 중순에 피기 시작해서 가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꽃입니다. 구절초는 대부분 아이보리 계통의 흰색 옷을 차려입는 것이 보통입니다. 드물게 옅은 보라색 옷을 입은 경우도 있지만 앞에 소개한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보라색이 우세한 것에 비하면 거의 흰색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래도 역시 구별의 핵심은 잎입니다. 구절초는 국화보다는 덜 하지만 잎에 톱니가 뚜렷이 나서 제법 심하게 구불구불한 편이기 때문에 앞의 두 꽃과 쉽게 구분됩니다.

가을 들어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들국화들을 이제부터는 세 자매의 이름으로 구분해 보시면 어떠실런지요?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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