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부문 역량 집중, 자산규모 1조원 성장 목표"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김종길 시인의 '가을'이라는 짧은 시다.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가까이 있어도 그리움이 가득한 계절이 가을이다. 원광새마을금고는 가을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그리움(요청)에 대답해주고, 손잡아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불교은행'을 지향하고 출범한 원광새마을금고는 지역교화는 물론 회원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며 서민 가계를 돕고 있다.

'원불교은행'으로 출발, 입지 다져

당시 대산종법사가 1979년 9월 전무출신 상조계를 설립하라고 하명하자 그해 11월 원광새마을금고 발기인 총회에 이어 12월12일 창립총회를 개최해 회원 37명과 자산 361,000원으로 시작한다. 김복환 교무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출가교역자를 비롯해 정토, 재가교도들이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원불교은행'임을 표방했다. 이듬해 7월 내무부로부터 새마을금고 인가를 취득한 뒤 1988년 현재(익산시 중앙동 3가 46-1)의 자리로 이전해 터전을 닦았다. 중앙동으로 자리를 이전한 것은 익산시의 중심지로 익산역, 익산시청과 가깝고, 중앙시장과도 접해 있기 때문이다. 갈산동에서의 이전은 탁월한 선택이자 도약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이후 원광새마을금고는 원광대병원 지점에 이어 영등동, 익산병원, 모현동 지점을 개설하며 지역 내 거점 확보로 성장의 궤도를 확보했다.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금고

원광새마을금고는 이윤 추구 일변도로 경영하지 않는다. 회원들의 신뢰를 바탕한 적정한 이익과 배당은 새마을금고의 출범 취지다. 이에 대해 실무총괄을 맡고 있는 최은규(법명 대규) 전무는 "적정이익을 목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 새마을금고의 정신이다"며 "서민금융협동조합이라는 측면에서 원불교 초기 저축조합이나 상조조합운동의 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으로, 평범한 가계들이 거래처다. 최 전무는 "은행이 자본에 기반했다면, 새마을금고는 인간에 기반한 측면이 강하다"며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최대 수익을 내기 보다는 적정한 수익을, 회원들 간의 유대의식을 갖고 금고와 고객이 평생 함께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평범한 가계들이 필요한 소규모 사업자금 대출, 서민대출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회원은행이라는 소리다. 고객과 면대면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문화교실, 효도관광, 산악회, 카페 등도 운영된다.

▲ 호남권 제1의 새마을금고로 성장한 원광새마을금고는 성시종 이사장(가운데)을 비롯 임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호남권 제1의 새마을금고 명성

사실 원광새마을금고는 현재 전국에서 23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원기102년 현재, 자산규모 4500억원, 수신고 39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원불교은행'에 걸맞는 신뢰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호남권 제1의 새마을금고로 성장한 저변에는 33명(이사장, 상근이사 포함)의 열정과 헌신,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앙총부, 교육기관, 복지기관, 교당, 교구 등 재가출가 교도들의 합력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인구 30만 익산시에서 회원 2만5천여 명, 거래고객 8만여 명이 이룬 결과치고는 경이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새마을금고 상위권은 수도권 금고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경제의 집중화가 낳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역경제와 무관치 않은 곳이 금융계다.

성시종 이사장은 "원광새마을금고가 교단 내 금융기관들이 한 번씩 위기를 겪을 때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평가지표를 세밀히 관리했기 때문이다"며 "경영실태평가는 매년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유동성 5개 부문을 종합평가하는데, 10여 년간 1등급을 받을 정도로 '관리경영'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새 도약의 상징, 모현동 지점 오픈

모현동 지점 개설은 보수적인 경영을 넘어 공격적인 성장의 파도를 타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5월에 개설한 모현동 지점은 바로 옆 건물이 내년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짓고 있는 롯데시네마다. 당연히 모현동의 중심상가로 부상할 예정지로 선제적인 투자를 한 것이다.

1층 297㎡를 매입한 새마을금고는 지점 개설에서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카페와 은행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 고객 친화적인 장소를 만든 것이다. 카페 유달리(생과일쥬스 전문 체인점)와 모현동지점의 융합은 새마을금고계 첫 시도로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이용이 폭발적이다. 모현동 신시가지에 위치해 30~40대 비교적 젊은 층이 주거하고 있어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카페 유달리를 이용, 자연스럽게 원광새마을금고와 인연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마을금고 체크카드가 있으면 유달리에서 10% 할인 받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카페 유달리를 위탁하지 않고 직영하는 것은 철저히 양질의 과일쥬스,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해 좋은 이미지와 서비스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지점 개설 후 4개월 만에 300억원의 수신고를 올린 성과로 나타났다.

성시종 이사장은 "예전에는 적은 수신고에도 안전적인 수익을 내 왔지만 지금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옛날처럼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매년 100억원 정도의 성장으로는 새마을금고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올해부터는 적어도 700~800억원 정도 성장해야 과거의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이사장은 "예금이 대출을 창출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대출이 예금을 창출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현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받아놓고 판매를 해야 한다. 금고 내 조직도 대출고객팀을 확대해 9명의 직원을 배치, 대출영업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자산규모 1조원 시대 개막, 매년 1000억 원 수신고 성장'을 비전으로 세운 원광새마을금고가 공격적인 경영으로 돌아선 것은 과거 전국에서 5위 안에 들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다.

▲ 모현동 지점은 카페와 금융이 융합된 신개념 점포로 회원과 일반인들의 왕래가 활발한 곳이다.
교구 교화를 돕는 새마을금고

원광새마을금고는 중앙교구, 중앙총부와 늘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MG희망나눔바자를 익산영등시민공원에서 개최해 수익금 1천만원을 중앙교구를 통해 익산시에 전했고, 성지순례 차량지원으로 매년 2천 만원 이상 지원하는 것은 물론, 아하데이 페스티벌에도 300만원을 매년 후원하고 있다. 인재양성의 장학금도 매년 3천만원을 후원하는 등 원불교은행으로써 역할에 충실하며 교구의 가려운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는 셈이다. 교도들이 포함된 일반회원들을 위해서 매년 50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공연, 관광, 선물, 점심이 포함된 효도관광을 시행한다. 올해까지 30회로 버스만 14대가 움직일 정도로 대규모다.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신청을 받아 인원을 체크하고 있고, 30년 넘게 시행되면서 60대 자녀가 80대 노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효도관광의 질이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원광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자원봉사는 또 다른 교구 교화지원 사업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4개조로 나눠 8명씩 중앙교구 산하 용안은혜마을로 출근해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용안은혜마을이 생기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매주 봉사는 6년 전부터 실시해 왔다. 영업지원팀 김승미(법명 주연) 정토는 "남자직원들은 야외청소, 칼 갈기, 하수구 및 식당후드 청소 등 어려운 일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며 "용안은혜마을이 유아 청소년 중심의 장애인시설인 관계로 평상시에 못하는 일을 우리 봉사단이 가면 맡긴다"고 말했다.

마음공부로 하루 시작

직원들은 오전8시30분에 출근해 교전봉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월초기도 때는 8시에 출근하고,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교리조회로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모든 의식 진행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하고 최은규 전무(원무)가 점검해 자체적으로 열린다. 〈원불교교전〉이 직원들 책상 위에 있는 자연스런 상황이다. 더불어 성지순례와 교리훈련은 영산성지, 변산성지, 만덕산성지 등 성지 중심으로 매년 진행돼 신앙심을 진작시키고 있다. 익산에 뿌리 내린 원광새마을금고, 금융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올곧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교단의 저축조합 정신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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