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인 교도

다 주면서도 늘 섭섭함이 남는 마음

갑자기 새 차를 사게 됐다. 오빠 차가 고장이 심하게 나서 이 기회에 내 차를 줘야겠다 싶어 새 차를 샀는데 막상 오빠는 이 차를 쓸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다음은 요즘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으로 이사해 차가 절실한 언니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러기가 싫다. 오빠한테는 당연히 준다고 생각했지만 언니는 돈을 받고 싶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돈을 내라고 하면 언니가 서운해서 삐질 것 같고 공짜로 주면 내가 언니를 미워할 것 같았다. 요즘 언니한테 서운한 것이 많아서 공짜로 주면 내가 공짜로 줬다는 상이 올라와서 언니한테 에너지가 많이 갈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언니한테 100만원에 사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루가 지나 안 산다는 답이 왔다. 어떻게 생각해도 꼭 필요한 차인데 안 산다는 답을 보니 나한테 서운하구나 짐작이 됐다. 언니가 밉다. 언니는 항상 자기 욕심만 차린다는 시비가 올라온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늘 나에게 뭔가 얻을 것이 없는가하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날 이런 언니가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온갖 일들이 언니가 얌체라는 것으로 도배되어 기억이 올라온다.

경계다. 언니가 내 차를 안사서 밉다. 나는 내 차를 언니에게 넘겨야 마음이 편하겠다. 언니가 얼마나 내 차를 원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나는 뭔가 있으면 당연히 오빠나 언니에게 줘야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안 줄 수도 있고 내 욕심을 차릴 수도 있는 것이지 나는 무조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번에 그 틀을 깨고 나니 뭔가 내가 인색하고 나쁜 사람인 것처럼 생각이들면서 불편하고 힘이 드는구나.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언니한테 돈을 받고 차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이 일어나는 경계 따라 언니가 섭섭해 할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나는 언니한테는 받을 것이 없고 주기만 해야 한다는 주착심이 있었구나. 또한 이 주착심으로 언니를 바라보니 언니는 늘 나에게서 가져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내가 만들고 있었구나 알아진다.

문답감정: 차를 사고 팔 때 쓰던 차를 누구에게 주나? 주면 얼마쯤 받을 수 있겠다. 아님 그냥 줘 버리자 해 버리면 될 일을 이렇게 공부 삼는 걸 보면 평소에도 얼마나 주의심을 놓지 않고 공부하고 있는지 그 공부심이 존경스럽습니다. 평소 언니에게 뭐든 잘 주는 걸로 소문난 내가 공부삼아 돈을 받고 차를 팔아보는 경계를 통해 미처 몰랐던 나의 주착심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언니는 자꾸 나에게서 뭔가를 가져가는 사람이라는 주착심을 놓지 않고 공부 삼으니 어느새 나는 언니에게 뭔가를 자꾸 주려는 사람임을 알아차리셨네요.

자신으로 들어가는 이 엄청난 깨달음. 공부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이기도 하지요. 언니가 뭘 필요로 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자꾸 언니에게 주려는 마음이 이렇게 끌리고 있구나 하면서 끌리는 나를 발견하신 겁니다.

이런 대소유무의 이치를 아시니 이번에는 돈을 받아보자 나를 툭 던져 보는 용기도 생기기도 하구요. 공부는 이 재미로 하는 거지요. 다 주면서도 늘 섭섭함이 남는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고, 짠순이처럼 하나도 내놓지 않고도 당당하게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공부. 바로 대종사님이 내놓으신 용심법 공부입니다.

대종사님 말씀하시기를 '세상 보물은 아무리 좋은 보물이라도 갈고 단련할수록 소모가 되지마는 우리의 성품자리는 단련할수록 광채가 나고 불어나나니 이 세상에 공들여서 제일 큰 이익이 나오는 것은 성품을 단련하는 길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매일 매일 이렇게 성품을 단련하면서 내 적공 세상적공 같이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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