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우리 슈퍼돼지는 크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합니다. 그리고 맛도 끝내주게 좋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주인공 옥자는 유전자조작(GM) 돼지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연간 인간의 육류 소비량이 나온다. 닭 600억 마리, 오리·칠면조 35억 마리, 돼지 14억 마리, 양·염소 10억 마리, 소 3억 마리로 총 662억 마리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사육하는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 가스는 전체 온실 가스의 14.5%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 가스의 양과 맞먹는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6~8kg을 먹여야 하니, 소고기 1인분 식사는 곡물로 20인 분의 식량을 한꺼번에 먹는 셈이 된다. 급기야 영화 '옥자'에서 보여준 유전자 조작 동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판이 되었다. 과연 육식의 미래가 옳은 것인가.

대종사가 총부에서 기르던 개가 죽게 되었을 때, "생명을 아끼어 죽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반이라"(<대종경> 실시품 34장) 하며 천도재를 지내게 했던 일화나 정산종사가 편찮으실 때 한 교도가 약용으로 산 잉어를 바치니 "죽은 것은 없더냐"(<정산종사법어> 생사편 32장) 하고 못에 놓아 기르게 한 자비야말로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마음의 표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마흔 살이 되면서부터 나는 고기를 차츰 먹지 않게 되었다. 환경운동가 존 로빈스가 쓴 책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를 읽고, 고기가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인류가 동물들에게 가하는 가혹한 폭력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떤 분이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 물건도 미워하지 아니하여야 한 물건도 나에게 원한이 없나니라"(<정산종사법어> 법훈편 60장) 하신 법문 말씀를 인거하여 "돼지고기를 싫어하면 돼지고기도 그대를 싫어할 것이다"라고 말하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설령 돼지고기가 나를 싫어한다 해도, 돼지는 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정산종사는 말씀했다. "어항을 치우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을 열어주라, 숲에서 마음대로 나는 것을 보리라."(<정산종사법어> 유촉편 33장) 이 얼마나 활발하게 생명을 옹호하는 말씀인가. 생각해보면 옛날엔 인권의 가치가 약했다. 그러나 차츰 인권의 시대가 됐다. 지금은 동물의 생명권이 매우 약하다. 그러나 차츰 모든 존재의 생명권이 옹호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아, 그렇다고 졸지에 고기 먹지 말자고 난 체 하며 우기는 게 아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다만 존절히 먹고, 귀하게 먹고, 사생일신의 마음으로 먹고, 공도사업 더 열심히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사육되는 동물들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 마음이 불편했다면 이해해 주시라. 이 글이 잡문 아닌가. 교리잡문. 그저 잡스러운 언사이거니 생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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