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무님의 추천으로 '캐시워크' 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일명 '돈 버는 만보기' 라는 이 어플은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100원이 적립된다. 적립된 금액은 주변 커피숍, 편의점,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돈을 우습게 생각했지만, 한 달을 꼬박 열심히 하면 운동도 하고 커피 값 정도는 생긴다는 생각에 당장 다운 받아 실행했다.

핸드폰 화면에 만보기가 생기면서 폰을 가지고 움직일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더해지고 덩달아 적립금도 올라가는 재미를 느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폰을 늘 가지고 다녀야 체크가 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눈만 뜨면 폰을 봤고 화장실을 가더라고 폰을 챙기게 됐다. 핸드폰의 움직임에 따라 올라가는 적립금에 나는 점점 운동과 함께 즐기는 모습이 아니라 적립금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앉아있을 때는 폰을 잡고 흔들기도 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찾아서 만보를 채우려 하고 있었다.

운동과는 멀어지고 적립금에만 집착을 보이는 내 모습에서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원만한 사람이 되어 넓은 지견(知見)을 얻고자 하면 반드시 한 편에 집착하지 말라. 지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거의 다 각각 한 편에 집착하여 원만한 도를 이루지 못하나니, 선비는 유가의 습관에, 승려는 불가의 습관에, 그 외에 다른 종교나 사회의 사업가들은 또한 다 각각 자기의 아는 바와 하는 바에 편착하여, 시비 이해를 널리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법을 취하여 쓸 줄 모르므로 원만한 사람을 이루지 못하나니라."(<대종경> 수행품 27장)

어플에 잘못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마음을 돌려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적립금이 아닌 걸음에 좀 더 마음을 주하고 하루 동안 나의 운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꼼수가 아닌 정직함으로 어플을 이용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평소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걷기보다는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내가 이를 계기로 열심히 걷다보면 자연히 운동도 되고 적립금 또한 어느새 쌓여 지겠지.' 적립금을 얻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운동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적립금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적립금에 대한 집착을 놓고 걸음걸음에 유념하여 만보기의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법으로 마음을 바꾸고 나니, 자연스럽게 걷는 횟수도 늘어나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플을 소개하고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돈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 편에만 집착 하게 되면 그 외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협해지고 한 쪽에 갇혀있게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말이다.

캐시워크라는 어플도 마찬가지이다. 활용하는 법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은혜가 되지만, 잘못 집착을 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매일 매일 새롭고 다양한 것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요즘시대에 원만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남용하기보다 편착심을 놓고 자유자재하는 마음으로 때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하겠다. 오늘도 나는 폰을 들고 걷고 또 걷는다. 비록 만보를 다 채우지 못할지라도….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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