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원 교도/동대전교당
빗속에도 아랑곳없이 평화 노래하고 전쟁반대 외쳐
정부와 경찰, 미군 보호 위해 국민들 처참히 짓밟아

8월19일 성주성지, 사드를 몰아내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사무여한의 각오로 진리와 약속하는 지장을 찍고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원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6일 오후, 사드가 반입된다는 연락을 받고 성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김천을 지나 성주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경찰버스로 가득했다. 소성리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부터 차량 진입이 통제되어 5리길을 걸어 빼곡한 경찰 대열을 지나 마을회관 앞으로 갔다. 계엄령이 따로 없구나,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소성리는 전국에서 모여든 지킴이 수백 명의 사드를 막아내겠다는 희망과 결의에 찬 함성과 노래, 기도로 뜨거웠다.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의 종교인들과 평화 지킴이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유모차에 실린 어린아이부터 소성리의 꼬부랑 어르신들까지 빗속에도 아랑곳없이 평화를 노래하고 전쟁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소성리는 7일 0시부터 시작된 8천여 경찰의 진압 작전으로 곧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이 헬멧과 방패로 무장을 했다. 우리는 도로에 주저앉아 서로 팔짱을 꼭 끼고 결코 사드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어주지 않으리라 몸부림을 쳤다. 이놈들아, 그만 해라, 다친다, 그분은 교무님이다, 신부님이다, 성직자다, 몸에 손대지 마라, 저리 가라 제발, 사람이 깔렸어, 폭력 경찰 물러나라, 이런 비명이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가만히 앉아 평화의 염원을 노래하고 기도하던 우리는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혀 안경이 깨지고 휴대폰이 떨어지고 신발이 벗겨지고 옷이 찢기고 사지가 들린 채 질질 끌려 나갔다. 이윽고 트럭 위에서 기도를 주관하던 신부님과 교무님이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끌려 내려지고 제대의 향로가 부서지고 십자가가 짓밟히고 교무님들의 법복이 찢어졌다. 특히 최전방에서 의연하게 기도하시던 대구경북교구장님의 쪽진 머리는 산발이 되고 정갈했던 법복은 갈기갈기 찢기고 군홧발에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게 하나둘 들려나가기 시작한 지킴이들이 7시간 만에 모두 소성리 마을회관 마당에 고립되고 도로와 마을 주변은 미군 사드진입 차량을 호위하기 위한 경찰로 가득 찼다. 우리가 세금을 내어 우리가 월급을 주는 정부와 경찰은 그렇게 미군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마침내 오전 8시 즈음 사드 추가 장비 대열이 눈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듭 안간힘을 써서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찰 장벽을 밀어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물병을 던지고 참외도 던져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참담한 심정으로 점령군의 당당한 행진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자국민을 미국군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미군의 시녀가 되어 국민을 짓밟는 현장을 보니 대한민국 정부가 미 군부에 예속된 시녀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촛불혁명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로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과 똑같이 폭력적으로 지킴이들을 진압했다.

소성리 500여 명 평화지킴이들의 외침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위한 외침이요, 이 땅의 자주독립을 위한 외침이요, 세계 평화를 위한 외침이었다. 힘없고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일제강점기, 무정부 상태 하에 독립운동을 했던 민초들처럼, 우리는 미군정에서 독립하기 위한 평화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기미년에 울려 퍼졌던 3.1독립만세운동처럼 사드배치 반대 운동은 단순한 성주성지수호의 의미를 넘어서 이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한 거룩한 시작이다.

1945년 시작된 미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나라의 모든 군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예속되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4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우리에게 팔아넘기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무기를 들여올까?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머리 조아리고 자국민을 나 몰라라 하는 한국 정부의 나약한 모습은 백성들을 공물로 바치던 조선시대 조정의 모습과 어찌 이리도 닮았는가.

사드와 같은 전쟁무기로 이권을 챙기며 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들처럼 전 세계 모든 생령들이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정신개벽만이 이 땅에 평화가 실현되는 유일한 길임을 믿기에 오늘도 평화의 기도를 올린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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