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희 교도/둥근마음상담연구소 부소장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제는 철이 다 든 아이처럼 의젓한 말을 하더니 오늘은 어린아이 같은 엉뚱한 행동으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런 모습을 대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까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할지 혼란스럽고 아이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마치 부모 탓인 것 같아 괴롭기까지 하다.

둥근마음상담연구소와 원불교청소년국이 함께 하고 있는 '청소년마음공부인성교육 심심풀이 ASM'프로그램에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품은 맘'도 포함된다. 마음공부와 모래상자체험을 통해 자녀의 문제를 부모 자녀 관계의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바람직한 부모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다.

5월, 한 중학교에서 10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엄마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며 사춘기 아이들을 기르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청소년기 발달의 이해'라는 강의를 통해 청소년기 신체발달과 뇌발달, 자아정체감 형성 등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집단원들은 우리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의 단계를 거쳐 가고있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어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는 등 집단에 적극 참여했다.

'경계'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경계가 올 때는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몸에서는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니 그 의미와 중요성을 잘 이해했다.

집단프로그램 진행이 되는 동안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서 경계를 찾고 경계가 올 때 이러한 점을 유의해서 대응해보기로 하고 마음공부 기록지를 작성했다. 작성한 마음공부 기록지를 집단에서 발표하고 함께 나누면서 나 혼자만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문제의 보편성을 인식하게 되어 더욱 공감이 높아지고 또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모래상자치료체험 시간에는 어릴 적 모래놀이의 추억을 떠올리고, 촉감을 느끼며 모래상자에 소품을 놓아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작업을 흥미롭게 진행했다. '아이와 나의 관계'를 주제로 한 모래상자에서 자신을 구렁이, 아이를 사자로 표현하면서 구렁이가 사자를 둘둘 감고 몸을 물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거나 아이를 창을 들고 공격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아이와 자신을 천사와 악마가 대립하고 있는 모습으로 꾸미는 등 평소에 자각하지 못했던 마음을 모래에 표현하고 놀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통찰했다.

집단 후기에 이르러서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거나 여행을 가는 모습이 모래상자에 나타나고 공동모래상자 꾸미기 작업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모습들을 꾸미고 행복하고 만족한 느낌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자녀와의 관계에서 오는 경계를 중심으로 한 마음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경계에서 멈출 줄 알게 됐다', '걱정거리를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들으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지혜를 모으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10회기 동안 우리가 함께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지지하고 믿어줄 때 아이들도 한층 성장하고 발전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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