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무력으로 어찌 참다운 행복과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요, 오직 심지를 바르게 제도하여야 참다운 행복과 평화가 오나니…'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14장.

평화의 성자 정산종사의 탄생·성장·구도의 땅, '아름다운 들(韶野)'이라는 옛이름에서 유래된 소성리(韶成里)에도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지만, 소성리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9월 성주 롯데 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정해진 뒤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단체, 재가출가 교도들은 매일 '평화'를 외쳤다. 그러나 이 평화의 땅은 4월26일 새벽에 이어 9월7일 경찰병력 8000여 명에게 폭력으로 짓밟혔다. 지난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들은 조를 짜서 진밭교를 에워쌌고, 마을회관 앞 시민과 차량을 무자비하게 들어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종교 CARE'라는 딱지를 등에 붙인 경찰들이 등장해 평화를 외치는 성직자들을 마구자비로 진압했고, 천막 또한 갈기갈기 찢어놨다.

정권은 교체됐으나, 평화의 땅 소성리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경찰들의 행태는 변한 게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시절 경찰이 원불교 천막을 강제 철거했던 날, 이를 막는 과정에서 재가출가 교도들과 주민을 비롯한 행진 참가자들이 골절, 타박상 등을 입었다.

또한 7월13일 여성 교무들을 남성 경찰이 양팔 양다리를 들어 끌어내는 장면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이에 당시 폭력상황에 대한 진상조사와 경찰의 엄중한 책임을 물은 바 있다. 그러나 7일 사드추가 배치 현장은, 흘러간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때보다 더 참혹했다.

촛불에서 장미대선까지 어지러운 시간을 지나 '정권교체'라는 마침표를 찍은지 120여 일만에 사드 추가배치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합의와 추진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국회 동의를 받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어둠을 밝힌 촛불, 촛불로 이뤄낸 새 시대, 새 정권을 향한 우리의 기대도 함께 무너졌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는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록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은 막지 못했지만, 지난 18시간 동안 이곳을 지키며 기세 있게 싸운 것은 우리의 분명한 승리다. 사드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진 이들과 함께 사드를 뽑아내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천하에 큰 도 셋이 있나니, 하나는 서로 이해하는 도요, 둘은 서로 양보하는 도요, 셋은 중정의 도라, 이 세 가지 도를 가지면 개인으로부터 세계에 이르기까지 능히 평화를 건설할 수 있나니라.' 〈정산종사법어〉 도운편 23장. 아름다운 들 소성리를 향한 그들의 평화 외침이 더 이상 외로운 싸움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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