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 8월 하섬-

하섬 파도소리
오늘 더욱 흥겨워라
몇 만 년 드나들며
아뢰어온 가락인가
정화대(正化臺) 새벽 창가에
임의 음성 듣노라.


범산 이공전(1927~2013) 종사,
출처 〈원광〉 63호 수록(1969년 10월)

이 시를 쓴 기유년은 1969년이다. 원불교 기본교서 편찬 기관인 정화사 사무장을 역임한 범산 종사는 〈원불교교전〉 등 7대 교서 편수에 주역을 담당한 주인공이다. 이 시 역시 기유년 8월 하섬에서 교서 편수를 하는 중 지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나면 산과 바다로 간다. 바로 심신간 휴식을 얻고자 함이다. 8월 한 여름의 하섬 파도 소리는 얼마나 시원했을까. 처어얼썩- 거리며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파도소리가 흥겨운 이유는 마음에 임을 모셨기 때문이라 본다. 그 흥겨운 가락을 몇만 년 드나들며 아뢰었는데 오늘 새삼 마음을 일깨운 것이다. 심신이 평온하기에 더욱 더 그 음성이 선명하게 들렸을 것 같다.

더위를 피해 하섬에서 정화사 업무를 하며 그 마음에 모셨던 스승님. 임의 음성이 새벽 창가에서만 들렸을까? 흥겨운 파도 소리에 몇만 년을 함께 했을 임의 음성이었지 싶다. 솔바람 소리가 쏴-아, 쏴-아, 내 귓가에도 임의 음성이 들리는가.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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