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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 십상 9] "창생을 위해 죽겠느냐?"
[소태산 십상 9] "창생을 위해 죽겠느냐?"
  • 박청천 교무
  • 승인 2017.09.15
  • 호수 1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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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괘기와 9인단원의 방위. 건감간진손이곤태 순으로 시계방향으로 번호가 매겨졌고 법호도 그 순대로 따랐다.
법인기도는 세계교화의 서원 올리기…법계 감응은 천인합일의 기도 결과
세계의 공명인 새 이름 법명으로 거듭나고, 사무여한 무아봉공하는 공도자 우뚝서다

기미년 영광의 만세운동은 3월10일 광주에 이어 14일에 전개되었다. 영광보통학교 학생 150여 명은 학교(향교)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를 고창한 후 읍내로 가는 과정에서 군민 150여 명과 합세하여 300여 명이 조 박사 정미소 앞에서 일경과 충돌하였다.

양태환은 군남 백양리 출신으로 길룡리 와탄천 건너 대덕산 은선암(隱仙庵) 주지이다. 고종 장례와 3·1만세운동에 참여하고, 3월23일 임실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였다. 임실경찰서와 면사무소, 일인 상가를 불지르고 식민통치의 완전 종식을 요구하다가 징역 5년형을 받았다.

대종사는 방언공사 마무리 중에 영광 장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는 동학 가사에 이른바 억조창생의 동요 소리다" 하고 '개벽의 상두소리'라 하였다. 대종사는 대한독립만세 함성을 단지 감격에 벅찬 심정으로 듣지 아니하였다. 만세 소리에 뒤이어 말발굽 소리, 총 소리, 비명 소리, 그리고 통곡 소리를 들었다. 상여를 메고 북을 치면서 구슬프게 합창하는 상두소리(輓歌)로 들었다.

박중빈은 동학가사를 외듯이 읊었다.
"홀연히 각지(覺知)하니 바쁘더라 바쁘더라. 시대가 바쁘더라. 우리 일이 시급하다."

동학가사에는 '개벽'이니 '억조창생 많은 사람', '홀연히 생각하니' 등의 구절은 발견되나 더욱 발전된 개념인 '개벽의 상두소리'나 '억조창생의 동요소리' '홀연히 각지하니 바쁘더라 바쁘더라 시대가 바쁘더라'는 찾아볼 수 없다. 만세운동 당시의 박중빈의 새로운 언어이다. '어서어서 방언 마치고 일심단결 기도하자'는 이 시대의 메시지요 천어이다.

기미년 만세운동은 천도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불교 등 종교인들에 의해 일어난 민족자주 독립운동이다. 관변의 주의는 자연 종교단체들에 지목되었다. 방언조합을 일견 농촌 계꾼 모임 비슷한 것으로 여겨 그들의 관심 밖이었으나 방언공사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길룡리 아무개가 개펄을 막아 수백 마지기 논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관변의 관심이 달라졌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상한 소문이 영광 바닥에 나돌았다.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저들이 매일매일 수십 명 인부들에게 품삯을 주는 것은 무슨 요술을 부려 위조지폐를 박거나 불순세력(독립지사)와 은밀한 유대관계에서 이루어진 사업이 아닌가, 입을 건네고 건네는 동안 실제 이상의 이야기로 과장이 되어 퍼져나갔다. 자금 출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조합장을 영광경찰서로 연행하였다. 유건은 '어떤 사람의 모함'이라고 하였다. 자진하여 400원 빚을 준 김덕일이 언답이 완성되자 간석지 허가원 문제를 가지고 소송을 걸었다.

조선인 홍 순사가 천정리 김덕일의 집에서 박중빈을 호출하였다. 당신님 함자를 함부로 부르는 것에 오재겸이 붉으락푸르락 소매를 걷어붙이자 대종사가 공손하게 "갑시다" 하고 나서 홍 순사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닛뽄도를 빼어들고 연행하였다. 아무리 조사해도 혐의가 없는 박중빈은 13일만에 풀려나, 옥녀봉 상봉에서 북쪽 먼 하늘에 어리는 맑은 기운을 관하고 부안 내변산 월명암(月明庵)에 찾아가 10여일간 쉬었다. 여기서 당대 선계(禪界)의 거장인 학명(鶴鳴)을 만나 조선불교 혁신을 논하고 일심단합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단원들의 산상기도를 계획하였다.

"우리가 목적하는 것은 조선의 독립만이 아니다. 창생을 구제하는 것이다."
또 만세운동에 대해 말하였다.
"만세운동은 새 세계의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다. 우리는 지금 바쁘다. 어서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드리세."

▲ 구인기도봉을 표시한 지도. 와탄천 사이에 두고 대덕산 2봉과 구수산 7봉이 있다.
인천이 하나되는 축제의 날
노루목 뒷산을 중심으로 9개 산봉우리에 세계 교화를 상징하는 팔괘기를 펄럭이며 백일기도를 시작하였다. 매일 하는 기도가 아니라 열흘에 한번씩 산상기도를 하였다. 열 번째 기도에 9인단원의 정성에 영검이 나타나지 않았다. 열한번째 기도도 마찬가지. 대종사는 열두번째 기도에 비상결단을 내렸다.

"이는 여러분 마음 가운데 사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참으로 세계동포를 위한다면, 그대들 몸이 죽어 창생이 도덕의 구원을 받는다면, 여한 없이 그 일을 실행하겠는가."
사실 백일기도, 천일기도, 만일기도 가지고 하늘의 감동을 받을 수 없다. 희생정신이 있어야 천의를 감동시키고 만사형통이 된다.

생명 희생이란 몸 희생 즉 자기업장 청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종의 정신 세탁운동으로 실제 피 흘려 죽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온갖 집착의 덩어리 몸뚱이인 자기로부터의 해탈이 되면 무아(無我) 상태가 된다. 내가 없어야 창생을 위하는 마음이 나온다. 이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라 그냥 나오는 것으로 의식차원이 그 경지가 되어야 한다. 자발적인 희생 정신이 발로되어야 하며, 그러기까지 낱 없는 정성의 기도가 필요하다.

천지신명은 어떤 정성에 감동하는가. 박중빈 단장은 "세계동포를 위하는 사람에게 어찌 천지신명이 감응하지 않으며, 또 그 소원에 성공이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천지와 나는 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내가 없어야 천지와 하나가 된다. 천지 그 자체가 된다. 이것이 천지 감응이다.

대종사는 영광읍내 대장간에서 벼린 단도 아홉 자루를 단원 각자에게 주었다. 종일 숫돌에 갈아 새파랗게 날이 선 비수를 청수상 위에 놓고 단원들은 희색이 만면하였다.
천지신명의 조화인가. 거기에는 9인단원이 없었다. 그 자리에는 오직 한 사람, 두루마리 한지에 건감간진손이곤태 순대로 이재풍 이인명 김성구 오재겸 등등 각기의 이름을 썼지만 그들은 없었고 당신님만 있었다.

9인 단원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죽고 시방 세계의 일체 생령이 영원한 행복을 얻는다면 이 어찌 영광이 아니오리까"

백지에 무인을 찍는 것은 나 없음을 확인하고 스스로 하늘임을 체득하는 자증(自證) 행위이다. 이것은 천지신명의 감응이고 진리의 조화이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나 없음'은 천지 자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확연히 진리를 체득하고 거듭 난 하늘사람으로서 세계인, 봉공인, 공도자이다. 그래서 박중빈은 그들에게 이날을 기념하여 세계의 공명(公名)을 준다. 이를 일러 공도자(公道者)라고 하며, 그 정신을 사무여한 무아봉공의 창립정신이라고 말한다. '사무여한(死無餘恨) 무아봉공(無我奉公)'은 새 하늘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수련 방법이요 창립정신이다. 여덟 자 이 암호문, 이 메시지를 깨쳐 활용하여야 공도자로 거듭난다. 8월21일은 인천(人天)이 하나되는 축제의 날이다.
▲ 박청천 교무/교화훈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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