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숨겨진 역사적 사실 알리고
잊혀진 영웅 되찾은 영화의 힘
대중의 관심 이끌어내고
고통받은 피해자 위로해

나는 1982년에 경남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쭉 경남에서 살다가 20살부터 대구에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 불과 2년 전 우리나라 광주에서는 엄청난 일이 있었다. 자라는 동안 잘 몰랐고 어른이 되어서 영화나 책을 통해 조금 알게 됐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 그 당시를 살았던 부모님께 여러 가지를 묻기도 했지만 역시나 자세히는 모르셨다.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을 뿐인데 그 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너무 몰랐고 무관심 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나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잘 모르는 채로, 그저 과거에 있었던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남은 채, 그들을 기리는 노래를 기념식에서 부를 수 없었을 때 유가족들은 흰 한복을 입은 채 울고 있었다. 유가족과 희생자를 위로하는 날인데 그들은 더 힘들고 슬퍼 보였다. 또 그날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제목은 택시운전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했다.

2003년 우리나라의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인물은 조금 특별했다. 1980년 광주의 참상을 알린 독일의 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시상식에 직접 참여해 그 때 자신을 광주까지 태워주고 안내해 준 택시기사 김사복씨에게 감사하다는 수상소감을 전하며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제작자들은 이 일을 영화화하기로 한다. 그리고 독일에 가서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를 직접 만나 허락을 구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부채처럼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믿고 보는 배우들과 함께 온 국민이 함께 모여 웃고 울고 기억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나 또한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개봉하는 날 바로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의 줄거리나 감상평은 생략하겠다. 이미 누적 관객 수 1200만을 돌파했다. 많은 분들이 관람하며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 마지막에 실존 인물이 등장하여 남긴 말이 여운처럼 남아있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다시 김사복씨를 만난다면 그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싶다던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한 채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씨는 고인이 됐다. 그러나 정작 김사복씨는 많은 사람들이 수소문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사람이 김사복씨의 아들이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긴다. 그의 말에 의하면 김사복씨는 생전에 자신에게 그 때의 일을 여러 번 이야기해줬고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4년 뒤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사람들로부터 진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위르겐 힌츠페터씨와 김사복씨가 함께 찍힌 사진이 발견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이렇게 한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위로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며 당시 그가 직접 촬영해 방영된 영상을 봤다. 그러면서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또 영화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숨어있던 영웅을 되찾아 줬다.

영화를 보고 많은 사실을 알게 된 후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광주를 찾았는데 그 때의 마음가짐은 전과 달랐다. 금남로, 망월동, 5,18 민주광장 등 표지판만 봐도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때의 환영이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고통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다. 문화의 힘은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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